
1950년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돼 세계 최빈국 수준이던 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과 산업화 정책으로 이제 당당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적은 인구와 부족한 부존자원으로 수출이 아니면 이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전체적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지금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춘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주력이 될 산업은 크게 세가지로 생각한다. 하나는 누가 뭐래도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또는 그것을 포함한 IT산업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이오 산업 그리고 나머지는 에너지전환 관련 산업이다. 그중 필자가 현재 일하고 있는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산업은 앞으로 30년, 길어야 50년이면 전환이 완료돼 주력 산업의 자리에서 비켜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에너지 전환 관련 산업은 그 전환의 방향과 추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한 결정과 과감한 사업 추진으로 전환을 선도해야, 우리 수출의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과 LNG 발전 중심에서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현재 호주, 칠레 등 단위전력 생산비용은 이미 재생에너지가 더 싼 곳도 많다). 그리고 기존 전력은 통제가능한 전력(가동과 정지 조정가능, 설치지역 선택, 대규모라서 소수)이었지만 재생에너지는 구름과 바람에 따라 작동하고, 설치가 가능한 지역이어야 하며, 그 수도 너무 많아 이를 어떻게 통제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즉 에너지원의 변화와 더불어 전력공급망(계통망이라고 한다)의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 혁명적 변화의 하나가 분산에너지 시도이다. 올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통과돼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중앙집중식 단일 시스템으로 돼 있는 전력망을 분산해 여러 전력망으로 나누어 관리함으로써 통제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정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지역별 요금 차등제가 가능해진다.
울산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먼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분산에너지 로드맵 마련, 특화지역 지정을 통한 전력 신산업 육성, 지원체계 구축, 데이터센터 기업유치 추진 등이 중심이다.
울산의 현재 에너지자립도는 102.2%로 대전 2.9%, 서울 8.9%, 충북 9.4%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기존의 새울원자력 발전소, 동서발전 울산화력 등에 더해 내년 8월 완공할 SK가스의 LNG 발전소까지 고려하면 전력자립률은 더 올라가고, 2030년까지 새울원전 3, 4호기와 먼바다에 추진중인 부유식 해상풍력까지 건설되면 전력자급률 200%가 될 전망이다. 그래서 지역별 요금제로 했을 때 값싼 전기를 공급할 여력이 생기게 되고, 그 이점을 이용해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이차전지 생산시설 등을 유치해 침체하는 울산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울산시의 이러한 전략추진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하고, 필자가 공동대표로 있는 울산에너지포럼도 지난달 19일 ‘지역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반 조성’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에 더해 한가지 제언을 한다면 지구온난화 방지대책인 RE-100(정부에서 추진하는 CFE도 좋다)도 고려하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올해의 전지구적인 기후재난의 여파로 온난화 방지대책인 탄소국경세라든가 RE-100이 예상보다 빨리 강화돼 현실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수출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