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노벨상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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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노벨상의 유래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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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가을의 문턱이 시작되는 10월은 노벨상이 시상돼 각 분야마다 수상자의 선정에 세계의 이목이 해마다 집중되고 있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산업가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이 남긴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를 위해 크게 헌신한 사람’에게 시상하도록 제정됐다. 그는 생전에 몇 번의 유언을 하였지만 마지막 유언은 그가 죽기 바로 전 해인 1895년 11월27일 파리에 있는 스웨덴인-노르웨이인 클럽에서 쓰였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으로 많은 부를 이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이너마이트의 상업용이나 광공업에의 쓰임보다는 군사적 사용의 증가로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부의 축적에 기여한바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마도 노벨 자신도 그러한 점에 심기가 불편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형 루드비히 노벨이 사망했을 때, 프랑스의 한 신문의 실수로 말미암아 알프레드 노벨의 부고기사가 실리게 됐다. 그때의 이른 부고기사에서 알프레드 노벨은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리게 됐고 이 사실이 노벨상을 만든 동기가 됐다. 노벨은 유산의 98%를 노벨상 설립에 남기게 됐다.

노벨상은 1901년부터 노벨 물리학상을 필두로 노벨 화학상, 노벨 생리의학상, 노벨 문학상, 그리고 노벨 평화상이 수여되기 시작하다가 1968년 스웨덴 국립은행이 제정한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됐다.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그리고 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 과학원이, 생리의학상의 수상자는 카롤린스카 의과대학교 노벨총회에서, 노벨 문학상은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결정하며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수여된다. 다른 상들과 달리 노벨 평화상만큼은 스웨덴의 기구가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 위원회에서 수여한다. 노벨상 수상자는 금으로 된 메달과 표창장, 그리고 노벨 재단의 해당 년도의 수익금에 따라 달라지는 상금을 받는다. 올해의 상금은 1000만kr(약 13억5000만원)이었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에겐 커다란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노벨상을 가족이 타게 된 ‘노벨상 가족’은 1915년에 최초로 나왔다. 그 주인공은 물질에 X선을 통과시켜 해당 물질을 이루는 결정들의 구조를 파악하는 원리를 규명해낸 업적을 인정받아 아버지 헨리 브래그와 아들 로렌스 브래그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됐다. 아들인 로렌스 브래그는 당시 나이 26살로 122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로 남아있다.

이와 같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노벨상을 받은 사례로는 닐스-오게 보어, 칼-카이 시그반, 한스-울프 오일러, 조셉-조지 톰슨, 아서 콘버그-로저 콘버그, 수네 베리스트룀-스반테 페보 부자까지 총 7번이다. 형제가 함께 노벨상을 탄 경우도 있다. ‘계량 경제학’의 선구자인 형 얀 틴베르헌은 1969년 통계적 방식으로 경제 이론을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동생 동생 니콜라스 틴베르헌은 자연에 실존하는 자극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과장된 자극에 인간을 비롯해 동물이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초정상 자극’ 개념을 발표해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부부와 그들의 딸, 사위까지 노벨상을 받은 일도 있다. 과학계 최고 노벨상 명가인 ‘퀴리 부인’ 집안 이야기다. 퀴리 부인은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방사성 동위원소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퀴리 부부의 큰딸인 이렌느는 남편 프레데릭 졸리오와 함께 인공 방사선 원소에 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3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부모 자식에 사위까지 노벨상을 받은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이 과학 분야 수상 대상자에 대해 ‘발명이나 발견을 통해 실질적인 인류 복지에 기여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명시한 것처럼 다가올 미래에는 대한민국에서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 생리의학상이 문학상·경제학상보다 먼저 나올 수 있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부의 R&D 분야에 대한 연구비의 아낌없는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에서도 멀지 않은 미래에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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