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사라지고 건물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을이 있다. 한낮에도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스산한 유령마을과도 같다. 간판을 보면 색이 바랜 PC방 등 아직도 2000년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긴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유령마을의 정체는 경북 고령의 폐교된 대학가이다.
한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북적여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었다. 3500여명의 학생이 다니던 꽤 규모가 있는 학교였으나, 신입생 모집이 힘들어지자 다른 지역의 캠퍼스로 통폐합되면서 캠퍼스가 텅 비게 된 것이다. 대학이 떠나자 지역상권도 무너졌다. 젊은 학생들로 북적이던 지역이 폐허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2000년 이후 문을 닫은 대학은 전국에서 20곳(전문대와 대학원대학 포함)이다. 서울의 한 곳을 제외하면 19곳은 지방 사립대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경영위기에 놓인 ‘한계대학’은 전국에 84곳이 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폐교 대학과 위기 대학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발전은 대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로 내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첨단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의 토양을 만들고,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양성하여 미래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키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청년 유출을 막고 타 지역에서 청년이 유입되면서 지역경제에 활기를 준다.
대학을 살리는 길이 울산을 살리는 길이다. 지역 대학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지역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지방전문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과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한 글로컬대학 공모사업이 그것이다.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 조성(하이브) 사업은 전문대학과 기초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입학에서부터 교육과 취업, 이후 정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체계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한마디로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전문대학 육성을 위한 사업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6월 교육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에 선정됐다. 울산 남구와 울산과학대학교, 춘해보건대학교 간 연합체를 구성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산업안전, 문화관광 등 지역특화분야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인력난을 겪는 기업에 인재를 공급할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울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글로컬대학이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교육부에서 대학 내·외부 벽을 허물고, 지역·산업계 등과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대학-지역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대학을 선정하여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울산시와 울산대학교는 지난 5월 울산 산업 대전환을 견인하는 지-산-학 일체형 대학을 비전으로 하고, 특화산업 혁신인재 양성을 통해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과 이차전지·바이오헬스 등 미래신산업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글로컬대학 혁신기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지난 7월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되었으며, 오는 11월 최종 지정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글로컬대학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7월 시에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울산대학교, 울산테크노파크와 함께 전담(TF)팀을 구성했으며, 지난 8월29일에는 울산상공회의소, 울산대학교병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등 24개 기관이 함께 공동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글로컬대학 지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컬대학 지정은 울산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현안이다.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산업계 등과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대학과 지역이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울산시민 모두가 글로컬대학 지정에 염원을 담아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
권순용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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