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부터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을 단순히 미용과 생활 양식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건강불균형상태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WHO에서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발표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비만의 증가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되는 폐해와 손실은 매우 크다.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일상 생활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여러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기게 된다.
비만으로 인한 가장 큰 손해는 바로 건강이다. 비만인의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은 보통체중인 사람에 비해 훨씬 낮다고 한다. 조금 바꿔서 말하면, 비만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만이 아닌 사람에 비해 일찍 죽고,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외모를 가꾸기 위한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죽지 않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전세계가 비만과의 전쟁 중인 가운데,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로 유럽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라는 기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7년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바탕으로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Ozempic)을 출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글루카곤유사 펩티드-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해 만든 것인데, 뇌에 포만감을 주어 포만감을 주고, 혈당수치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 효과도 탁월했지만, 놀라운 부작용(?)도 발견되었다. 임상과정 중, 당뇨병 치료제를 맞은 대다수가 현저한 체중감소를 보인 것이다. 협심증과 고혈압의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발견된 약물인 비아그라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결국 노보 노디스크는 같은 성분의 약물을 비만 치료제로 출시하였는데, 바로 2021년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위고비(Wegovy)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전 국민의 42.4%가 비만인 미국에서 크게 유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1달에 1349달러(약 180만원)로, 상당히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처방받는 것으로 알려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본인의 다이어트 비결이 위고비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비만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하기는 힘들다. 지난 6일, 캐나다의 한 연구팀은 오젬픽과 위고비 등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후 비만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약물들이 췌장염, 장폐색, 위 무력증 등 심각한 소화기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진 않은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