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의 길 걷는 특화거리, 특색을 입혀라]시민 발길 끊긴 거리, 애물단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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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의 길 걷는 특화거리, 특색을 입혀라]시민 발길 끊긴 거리, 애물단지로 전락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3.10.1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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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삼산웨딩거리에는 스튜디오, 한복·드레스 업체들이 입점해있지만 상권이 쇠락하고 있어 현재는 24곳만 영업중이다. 김경우기자
▲ 울산 북구 양정자동차테마거리.

울산지역 곳곳에 테마와 특색을 살려 조성된 ‘특화거리’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민 외면 속에 발길이 끊기면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음식, 자동차, 웨딩 등 특색에 맞게끔 거리를 조성해 상권도 살리고, 도시에 활력도 불어넣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온데간데 없다. 특화거리 조성만 하고 지원에는 인색한 지자체의 책임도 크다. 골목상권 회복,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특화거리 조성부터 지원방안까지 새판짜기가 필요하다. 특화거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전국유일 타이틀도 무색…남구 삼산동 ‘웨딩거리’

18일 울산 남구 삼산웨딩거리. 거리 일원에는 음식점과 카페 사이에 자리한 한복, 드레스, 스튜디오 등 예식관련 업체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웨딩거리를 알리는 분홍색 구조물이 아니면 일반 상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웨딩거리가 성황을 이룰 때 조성됐던 웨딩 벽화와 바닥 그림은 아예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워졌다. 웨딩업체 보다는 음식점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있는 결혼 관련 사업장 앞에는 주정차 차량이 무질서하게 늘어서 입구를 가리거나 막은 상황이었다.

이서희(35)씨는 “예식 준비를 위해 방문하기엔 접근성이나 주차 불편 등 유인요소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017년 웨딩 특화 거리로 지정되던 당시 입점했던 63개 업체 중 예식 관련 업체는 40곳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절반가량의 업체가 떠나면서 24곳만 웨딩 거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 웨딩거리는 전국 최초, 전국 유일 웨딩 특화 거리로 조성됐지만 불과 6년 만에 쇠락하는 대표상권으로 전락했다.

소규모 예식이 가능하도록 조성된 웨딩테마공원도 활용도를 잃고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실정이다.

남구는 웨딩거리의 상징성을 고려해 노후화되거나 망가진 시설물을 제거하며 청년 창업 업체와 협업해 상권 활성화를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경기침체로 청년 창업업체 유입도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상인도 외면하는 북구 양정동 ‘자동차테마거리’

쇠락한 특화거리는 비단 웨딩거리 뿐만 아니다. 자동차 도시를 표방해 북구 양정동에 조성된 ‘자동차테마거리’도 이름만 테마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양정자동차테마거리는 북구청이 도시재생사업으로 국·시비 37억원을 들여 지난 2021년 9월 준공했다.

양정초등학교에서 현대자동차문화회관까지 약 600m 구간을 5개 구역으로 나눠 시대별 자동차 디자인 변천사를 담았다. 당시 북구는 도시재생과 지역 상권 활성화 목적으로 현대자동차로 활황을 누렸던 양정동 일원에 테마거리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자동차테마거리는 당시 조성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상가와 주택가 벽면에 그려진 자동차 벽화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1~2시간여 동안 오가는 시민들은 경우 20~30여명에 불과했다. 테마거리는 불법주정차들만 곳곳에 보였다.

이곳 일원은 한때 모든 음식점에 사람이 가득할 정도로 활성화됐으나 현대자동차 명촌 방면 출입구가 조성되면서 유입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동차테마거리는 사실상 이름만 남은 상태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이모씨(70대·북구)는 “자동차테마거리 조성 전이나 지금이나 손님 없는 건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특화거리 내에서 영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말만 특화거리지, 폐업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상권활성화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강민형기자 min007@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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