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평등이 남녀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양성평등은 남녀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지 말자는 개념이다. 차이와 차별은 전혀 다른 뜻이다. 직업에서도 차별은 없애고, 차이는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남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무엇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어릴 적 태화강변에서 우연히 본 음악극 한편이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을 공연·축제 기획자의 세계로 끌었다. 문화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뮤지컬 제작사를 시작으로 국립아트센터, 광역문화재단, 기초문화재단으로 20년 동안 서울, 광주, 울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동안 말 못 할 힘든 과정도 무수히 만났다. 결혼에 이은 육아로 현실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대부분 휴일과 늦은 시간 열리는 공연·축제 일정으로 집안 사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김 팀장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가 설레고, 결과물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신난다. 하지만, 생활 유지를 위해 밥 짓고, 빨래하는 가사노동은 일상 속 반복적인 일이라 흥미가 떨어졌다”면서 “세월이 흐르며 일상의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아야 진정으로 세상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자녀들도 성장해 엄마의 직업을 이해해 주고 있다. 묵묵히 자기 일을 감당한 김 팀장은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로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일’을 하는 기획자다.
김 팀장은 “자녀 문제, 대인 관계 등 일하며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위기 상황에서 자기 일이 생계 수단이라 생각하면 손에서 일을 놓게 된다”며 “나의 일이 조금이라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라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갈 지혜와 인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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