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느 때보다 긴 연휴였던 올해 추석 명절.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맞물려 우리 선수들의 투혼과 메달 소식을 지켜보며 한껏 즐거운 때를 보냈다. 그 와중에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뉴스 기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울산 어느 아파트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이었다.
자살(自殺)은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회구조적, 경제적, 환경적, 정신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그 원인을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1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연간 1만379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단순 비교를 해도 4.5배 이상 많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보다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한국 여성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이른다. 자살은 10~30대의 사망 원인 중 1위이고, 노인 경우에도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39.9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2명)보다 두 배 이상이 높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자살자의 90% 이상은 지인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겨우 22% 정도만 알아채며 다음과 같은 ‘자살위험신호’를 보인다고 한다.
첫째, ‘언어 변화’다.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거나 자살에 대한 암시·계획을 언급한다거나 자기비하적인 말을 한다.
둘째, ‘행동 변화’다. 약을 모으는 등 자살 수단을 마련하거나 중요한 것을 남에게 주는 등 주변 정리를 하거나 식사·수면의 변화가 있고 혼자 있으려 하며 대화를 회피한다.
셋째, ‘정서 변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기존에 관심이 있던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며 ‘우울하다’ ‘나 때문이다’ 등과 같이 우울감과 죄책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징후를 발견하면 ‘물어보기’ ‘들어주기’ ‘연결하기’를 기억하자. 먼저 ‘물어보기’다. 발견한 ‘자살위험신호’와 함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다. 자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자살 생각 그 자체에 관해 물어보는 것이 좋고,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다음은 ‘들어주기’다. “무슨 일이 있었어”라며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고 그런데도 지금 살아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듣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삶의 이유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 나이 때는 누구나 겪는 문제야” 등의 충고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짜 힘들었겠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어떻게 버텼어” 등의 지지하는 말로 공감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 ‘연결하기’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에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자살예방삼담전화(1393)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청소년전화(1388) △희망의전화(129)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다 들어줄 개’어플·카카오 톡) 등이 있다.
그리고 자살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거나 자살행위를 돕는 데 활용되는 정보인 ‘자살유발정보’를 보게 된다면 신고해야 한다. 자살유발정보란 △자살동반자 모집 △구체적 자살방법 제시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 △자살위해물건 판매·활용 방법 △위에 준하여 명백히 자살유발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를 말하며, 자살유발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할 경우 ‘자살예방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자살 예방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므로 모두가 조금의 여유를 갖고 주변에 관심을 둔다면 내 소중한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안재필 울산북부경찰서 양정파출소 순찰요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