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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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지켜보면서
  • 경상일보
  • 승인 2023.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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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은 부결되었다. 민주당 등 야당이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후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지난 달 24일 김명수 전대법원장이 임기만료로 퇴임을 하고 나서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대법원장 공백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선임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데, 법원행정처는 권한대행체제에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을 위한 사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장 및 2024년 1월1일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 2명의 후임 대법관까지 공석이 되는 사태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부결 직후 열린 야당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의 의도는 사법부 공백을 장기화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야권이 당론 부결 사유로 지적한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문제는 “작은 잘못을 부풀리는 침소봉대의 전형이자, 부결을 위한 변명거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책임은 자질과 도덕성에 분명한 문제 있는 인사를 검증 없이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고 하면서, “대통령 잘못을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입법부가 바로잡은 것이다. 부적격 인사 부결을 야당 탓하며 정쟁 도구로 삼을 때가 아니라, 국회 결정을 존중하고 잘못된 인사와 부실 검증에 대한 국민 사과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후보자의 경우 뚜렷한 잘못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대법원장이 될 만큼 뭔가 내세울만한 업적이 없어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임명동의안에 가결되었다면, 너무 밋밋하고 기대할 것이 없는 새 대법원장의 탄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초점은 대통령이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을 새로 추천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와 관련해 판사 출신이자 대법원장인사청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민주당의 최기상 의원은 지난 24일자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후보자의 경력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약자 보호를 중시하고, 소수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며, 권력과 재벌을 견제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경험을 토대로 삼은 분이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부결 당론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인 만큼, 그가 제시하는 기준은 새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변호사 출신인 국민의힘 황정근 의원은 지난 3월23일자 법률신문 기고문에서 일찌감치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즉, 대법관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대법원장의 제청 및 국회의 동의, 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법무부 장관의 제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유독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만 있고, 추천·제청 제도가 없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있어서도 여럿이 함께 관여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보다 좋은 인사를 물색할 수 있을 것이므로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에 대해서도 ‘추천’이나 ‘제청’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청할 만한 의견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대한변협은 전국 지방변호사회와 법조계의 추천을 받아 지난 16일 오석준 대법관(사법연수원 19기), 조희대 전 대법관(13기),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18기), 이광만 서울고법 부장판사(16기)를 대법원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그리고 대통령실에서도 이 후보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원장 임기 만료 시점마다 변협은 몇 명의 후보자를 공개 추천해 왔지만, 여태까지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변협이 법조계의 중지를 모아 추천한 후보자가 최종 낙점까지 성공할지 궁금하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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