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수소충전소가 확대되고 있지만 가스가 누출되어도 경보가 제 때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한 수소충전소는 132번의 점검에서 79차례 수소가스가 반복·지속적으로 누출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수소안전메뉴얼에 따르면 수소는 최소 점화 에너지가 매우 작아 정전기 등에 의해서도 쉽게 발화할 수 있다. 수소 안정성을 위한 기술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수소충전소 상설점검에서 1676건의 수소누출이 있었으나 위험경보시스템은 한번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소충전소 165곳 중 146곳에서 수소누출이 있었으며, 이는 전체 충전소의 8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 동안 정부가 17억을 들여 구축한 ‘수소충전소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이 수소누출 감지를 한번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지난 2020년 8월4일 청주 도원수소충전소에서 수소누출 사고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가슴을 졸였으나 다행히 인명피해 등 큰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해당 충전소는 노르웨이 넬사가 시공한 설비로 사고 당시 고압의 가스가 대량 누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19년 5월23일에는 강릉시 과학산업단지 내 벤처기업의 수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수소충전소 가스 누출 원인은 47%가 초고압 압축기 가동으로 인한 심한 진동으로 파악됐으며 대부분 배관 이음매 부위에서 누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역시 시공사의 시공 역량 미달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를 생산하고, 수소충전소 1200곳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울산은 국내 최대의 수소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2800여대의 수소전기차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 또 12곳의 수소충전소가 울산 곳곳에 설치돼 있으며, 최근 수소전기차 검사센터 제1호점이 문을 열어 수소도시의 저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수소충전소는 앞으로도 계속 설치될 예정인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선제적으로 수소누출 방지 대책도 함께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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