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마약과의 전쟁은 전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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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마약과의 전쟁은 전면전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0.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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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전 울산부시장 행정학 박사

1840년에 일어난 아편전쟁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최초로 격돌한 계기였다. 이 동서양 대결에서 2년 뒤 서양세력인 영국이 승리했다. 마약인 아편을 먹인 자와 먹은 자 간의 그 전쟁은, 먹은 자 중국(청나라)이 패함으로써 주요 항구를 개방하고 홍콩 지배권까지 내어주게 된 굴욕적인 난징조약과 후속 불평등 조약의 체결로 이어졌다. 당시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의 약 30%를 차지하던 초(超)대국 청나라는 그로부터 반백년을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결국 20세기 공산 중국이 되고 말았다.

마약은 개인의 영육(靈肉)을 파괴하고 사회와 국가까지 황폐화한다. 근자에 부쩍 유명인들의 마약 스캔들이 보도되고 있다. 배우 이 모·유 모·정 모씨, 가수, 프로듀서, 유튜버 등 다양하다. 마약인구는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중이 지난 5년간 약 2배로 늘어 36.3%를 차지한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지난 10년간 15배 증가했고, 60대도 6배 이상 늘었다. 직종·세대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숨겨진 인터넷인 다크넷을 포함한 인터넷과 SNS가 마약거래의 주된 루트가 되고 있으며 대포통장이나 던지기 수법 등으로 쉽게 구입 가능한 실정이다. 고교생까지 퍼지고 있으며 공부방에서도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다크넷 거래의 약 74%가 마약 거래이고 이는 기술적인 면에서 접근이 용이한 디지털 세대화 즉 젊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 마약산업의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약 4800억~6000억 달러(약 680조 원)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규모는 세계 영화시장(연간 약 1000억 달러)의 4~6배 크기에 달한다.

아편전쟁처럼 만약 어떤 대결적 구도에서 어느 한 쪽이 파괴되면 가장 득을 보는 쪽은 어디이겠는가? 실로 마약 문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엄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마약이 기승을 부리는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인 개인들의 문제인가 아니면 개인들이 속한 사회의 체계(system) 문제인가? 마약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져 왔다. 중독, 또래 압박, 하위문화(술도 처음에는 고통스러운 맛이다가 점차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과 같은 것), 쾌락, 동경 또는 흥미, 미성숙(정신분석 차원), 유전적 요인 등이 제시되고 있고 모두 다 일리는 있으나 결정적인 답은 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독이 되는 원인은 쾌감 중추(pleasure center) 또는 중독 중추(addiction center)의 자기조절 능력 상실로 이어지는 ‘뇌의 변화’ 때문이다.

마약을 하는 원인에 관해 ‘환경적 요인’을 강조한 연구로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쥐 공원(Rat Park)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삶에 ‘좋은 환경’이 제공되면 아무리 중독성 강한 마약도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 현장 미군의 20%가 상습적으로 헤로인을 복용했다고 한다. 당시 언론들은 전쟁이 끝나면 헤로인 중독자들이 미국 사회에 쏟아져 들어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그들의 95%는 미국에서 일상을 회복했다. 즉 중환자같던 참전 군인들도 마약을 하게 된 원인이 사라지자 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요는 부정적인 ‘환경’이 문제다. 그렇다면 환경적 대책이 서지 않고서는 마약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결론이다.

급증하는 마약 사범에 대해 경찰조직의 총력 대응도 중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국무총리실 주도로 마약류 대책 협의회를 가동하는 등 마약 근절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마약과의 전쟁은 구국의 종합전이고 전면전이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환경요인에 관한 점검과 예방대책이 총체적으로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찰행정에 의한 단속과 사법적 처벌 등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자치단체의 조성행정(造成行政)을 중심으로 협의 체계부터 강화해야 한다. 세상의 일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교육을 포함한 시민들의 삶과 생활환경에 대한 점검과 지원 차원에서 근본적인 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전 울산부시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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