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려동물과 문화 지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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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반려동물과 문화 지체 현상
  • 경상일보
  • 승인 2023.11.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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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이사

필자는 대공원과 선암호수공원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산책하러 간다. 그날도 역시 선암호수공원에 산책하러 갔는데 날씨가 좋아 햇살이 가득하여 무엇을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였다. 한참을 거닐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한 여성분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 벤치에 앉았다. 그것에 사람만 앉은 게 아니라 동물도 함께 앉았다. 동물을 안고 앉았다면 내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이 사람처럼 그것에 걸터앉은 것이 아닌가? 나는 여기는 사람이 앉는 곳이지 동물이 앉는 곳이 아니라고 정중히 말했다. 하지만 그 여성분은 요지부동이었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또한 선암호수공원뿐만 아니라 대공원에서도 동물의 배설물 등을 방치하거나 치우지 않고 심지어 화단에 무단 투기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곤 한다. 이에 해당 관계 부서에 신고를 하면 그것에 대한 단속이나 계도를 해야 하는데 묵묵부답이다. 당국에서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 지체라는 말이 있다. 1922년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이 <사회변동론>이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하여 현재까지 사회학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그 의미를 풀어보면 비물질문화인 사람의 제도나 생활양식 또는 방식들이 물질문화인 과학기술 등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발달로 사이버 세상이 활성화되었지만 그 안에서 악의적인 댓글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등이다.

요즈음 수의학 발달로 동물의 수명이 연장되고 1인가구가 증가하다 보니 반려동물을 많이 키운다. 그래서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에티켓은 아쉬운 경우가 많다. 물론 예전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수준 미달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에 언급한 그런 경우가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시민 의식 향상으로 목줄을 채워 이동하는 등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종종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사회적 현상으로 보면 문화 지체라고 볼 수 있다. 의식 수준이 사회 문화 발달과 변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령 얼마 전 인천의 한 공원에서 반려견이, 산책하던 20대 여성과 다른 반려견을 물어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이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까지 공격한 사례인 것이다. 즉 반려동물에 대한 에티켓은 단순히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안전 문제까지 담보한다. 그래서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매우 중요하다.

‘반려’라는 말은 상당히 친밀한 어휘이다. 흔히 자신의 배우자를 반려자라고 지칭하듯이 가족임을 내세우는 용어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반려동물이 가족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 의미를 너무 확장하여 어떤 사람들은 가족이니깐 인간처럼 대접해야 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만 것이다. 반려동물이 인간이라고 착각해버린 것이다. 가족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지만 반려동물은 동물이지 인간은 아니다. 동물과 인간은 분명 차이점이 있다. 이를 망각한 일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들이 인간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렇게 되면 그 주변 사람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앞선 사례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욱 많아져 반려동물 수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에티켓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의 ‘반려’라는 말이 우리에게 긍정이 아닌 부정과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므로 나 또한 동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바라기에 부정과 공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불어 사는 사회 공동체에서 반려동물들이 인간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양식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들과 반려동물들이 함께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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