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예산안에서 사회적경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예산은 올해 2022억원에서 2024년 786억원으로 60% 삭감됐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 예산은 전년 대비 88.7% 삭감됐다(411.9억원→46.7억원).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마을기업 발굴 및 육성’ 예산도 올해 대비 60% 삭감됐다(69.6억원→26.9억원).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활성화’ 예산은 91% 삭감됐다(79.6억원→7.8억원). 소셜벤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사회적 경제 기업 성장 집중지원’ 예산을 100% 삭감했다(25.7억원→0원).
사회적경제 정책 역시 대대적으로 폐기한다. 지난 9월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023~2027)’에서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고용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원을 내년부터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장 이들에게 고용된 장애인과 노인, 한부모여성 등이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지원 정책도 폐지한다. 이와 같은 결정은 앞선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마친 후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연 3000억원 수준의 사회적기업 국고보조금 예산을 삭감한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영향을 받게 될 사회적기업은 2022년 기준으로 3466개소에 달한다.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도 ‘통합성장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통·폐합한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자활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기업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부서 명칭을 바꾸거나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회적경제 박람회 역시 그동안 17개 부처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나 올해는 6개 부처만 참여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참석 행사가 국장급 행사로 곤두박질쳤다. ‘약자복지’를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 취약계층이 더 소외받는 지금, 협력적 거버넌스로 국가의 빈 자리를 채우던 사회적경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경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동체를 위한 서비스 제공 역할을 수행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202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 권고안’을 통해 주요 정책 개발 목표를 제시했고, 같은 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연대경제의 보편적 정의를 마련했다. 2023년 UN 총회는 사회적경제 관련 결의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사회적경제를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포용적 해결책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복구할 수 없도록 조치한 최초의 집단으로 세계 경제사에 남을 것이다.
이승진 인보관 마을복지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