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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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 경상일보
  • 승인 2023.1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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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11월 초 단풍의 계절이 늦여름 옷을 입었다. 북서 계절풍이 낙엽을 날리고 있을 시기인데, 남쪽 고기압 때문에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해서 불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도 중국도 여러 지역에서 때아닌 고온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미세먼지 ‘좋음’ 날이 여러 날 지속되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기준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보다 훨씬 후하게 되어있다. 아마도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를 적용하면 ‘나쁨’ 단계로 되는 날이 너무 많아 국민들의 불만을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이러한 기준치 설정은 잘못된 일이며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서 햇빛과 함께 반응해 2차 오염물질을 생성시키는데,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3분의 2가 2차 생성 오염물질이다.

굴뚝의 흰 연기는 응축성 미세먼지를 포함하고 있는데, 대부분 2.5㎛ 이하 크기의 대표적인 2차 생성 오염물질로, 일반 미세먼지보다 높은 유해성을 가지고 있다. 흰색 때문인지 배출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다행히 최근 한국기계연구원 연구팀이 응축성 미세먼지를 85%까지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대부분은 면역담당 세포에 의해 제거되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염증 반응은 호흡기관, 심혈관 등에 질환을 일으킨다. 유아나 임신부, 저항력이 약한 노인은 이로 인한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2014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이 700만명에 이른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칫하면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자가 세계 1위에 오를 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매우 나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화석연료 사용 국가일 뿐 아니라, 최대 매연 방출 국가인 중국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생수병에 이어 세포조직 안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조사 및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오래 전부터 수백회에 걸쳐 치러진 핵폭탄 실험과 핵 발전소 폭발 사고 등으로 성층권까지 퍼져 올라간 가벼운 방사성 입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대류권 안으로 내려앉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거쳐 체내에 들어와 방사선을 방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핵폭발보다 더 위험한 것이 처리가 쉽지 않은 방사성 낙진(방사성 미세먼지)인 것이다.

무한한 듯 보이는 하늘, 구름이 떠다니고 바람이 부는 이 곳이 대류권이다. 높이(두께)가 대략 12km인 대류권에는 전체 공기의 80%가 존재한다. 나머지는 대류권 위 50km 상공까지의 성층권에 있다. 상공으로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지면서 밀도가 낮아진다. 모든 공기를 해수면의 밀도(1기압)로 모은다면 대기층의 높이는 약 8km가 된다. 만약 지구를 5층 건물 정도 크기의 거대한 지구본(지름 약 13m)으로 축소한다면 대기권은 1cm도 안 되는 필름 수준에 해당한다.

대기층은 호흡이나 연소 외에도 대기 중 물질 순환과 열 이동의 매체 및 저장고 역할을 담당하면서 모든 생명체에게 살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대기는 지구 전체로서의 일체감이 강하며 민감하다고 할 수 있으며 오염되기 쉬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대기 중 여러 물질들에 의해 일어나는 화학 반응 메커니즘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파악해야만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기 환경과 대기 화학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건강과 안전을 약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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