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봉안당(유골 보관시설)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장사시설 확충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기피시설’로 인식되면서 대책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유일한 공설봉안당인 하늘공원은 포화상태에 도달할 조짐이다. 값비싼 돈을 주고 타 지역 사설봉안당을 이용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야말로 ‘죽어서도 주택난’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1인가구’ ‘고령화 사회’ ‘웰다잉(Well-Dying) 문화’ 등 급변하는 사회분위기에 맞춰 장례문화도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본보는 늘어나는 사망자와 화장률, 미래세대의 인식변화 등을 고려해 바람직한 장례문화 방안 등을 살펴본다.
◇봉안당 안치율 88%… 1년 내 포화
12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 유일의 공설봉안당인 하늘공원 안치율이 90%에 달한다. 이날 기준 울산하늘공원 내 봉안 가능 규모는 2만2974기이며, 이 가운데 2만245기에 유골이 안치돼 있다. 올해들어 2100구를 추가 확장했음에도 안치율이 88%에 달했다. 현재 울산지역 내 공공 장의시설로는 하늘공원이 유일하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하늘공원은 장례식장과 승화원, 추모의집, 자연장지(잔디·수목장), 유택동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개장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추모의집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이유는 달라진 장례문화 때문이다. 하늘공원 조성을 계획하던 2000년대 초반 당시 시민의 화장률은 50%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는 96%를 넘어선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울산지역 화장률은 96.1%(사망 561명·화장 539명)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코로나 확산 이후 사망자수도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사망인구는 6369명으로, 10년 전(4871명) 대비 30.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 문화의 완전한 정착으로 추모의집 이용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연간 1500구를 밑돌던 추모의집 봉안 수는 최근 3년간 2046구, 2083구, 2503구 등 2000구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하늘공원이 1년 내 포화상태에 달하게 된다.
◇유휴공간 활용해 추가공간 확보
공설 봉안당이 만장되면 시민들은 값비싼 사설봉안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늘공원의 경우 15년 기준 최초 사용료 33만원에 5년 단위로 11만원을 내고 연장할 수 있어 30년간 66만원이 든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에 게시된 사설 장사시설의 봉안당 이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수천만원에 이르러 사설봉안당을 이용할 경우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30배 이상 비용 차이가 났다. 사설봉안당의 경우 봉안함을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장묘문화가 매장방식에서 화장방식으로 변화하고, 봉안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울산시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시는 추모의집 내 유휴공간, 휴게실, 제례실 등 기존 시설 및 공간을 봉안시설로 리모델링해 봉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2024년 3000기, 2025년 500기 등 단계적으로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이어 2026년 상반기까지 200억가량을 투입해 하늘공원 내 부지에 제2추모의집을 만들 계획이다.
지상 4층 건물로 1층은 유가족 대기실, 2층부터 4층까지는 3만5000여 기의 봉안함을 안치할 수 있는 규모다.
시는 하늘공원 부지 내 유휴공간마다 봉안함을 늘려나가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혹시 모를 감염병 사태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제2추모의 집 건립 전까지 연도별로 봉안 수요 대비 부족분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최근 장사 정책이 봉안보다는 자연장을 권장하는 추세다. 현재 90% 이상 여유 공간이 남은 자연장지 활용을 최대한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