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성공의 시작이었던 대학입학, 미래에도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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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성공의 시작이었던 대학입학, 미래에도 과연 그럴까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11.1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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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날은 많은 국민들의 응원과 배려로 수험생들을 위한 많은 편의들이 제공되는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이젠 옛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이 나무 몇 그루면 자식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던 나무들이 있다. 제주도의 귤나무(꽃말: 깨끗한 사랑), 지리산 산수유나무(꽃말: 영원불변), 경남 유자나무(꽃말: 기쁜소식)가 대표적인 대학나무들이다. 꽃말을 어찌어찌 잘 조합해보면 ‘부모의 영원불변의 사랑에 자식은 대학 입학이라는 기쁜 소식으로 보답한다’로 완성될 것 같아 재밌기도 하다.

대다수의 부모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식 대학 보내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쳤고. 자식의 대학교 입학이 성공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곳곳에 ‘축 ○○대학교 입학’ 현수막이 붙여지는 걸 보면 특정대학, 특정학과에 대한 성공의 믿음은 여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그리고 6차산업을 이야기하는 현재도 자식의 대학교 입학이 성공의 시작일까?

오늘날 많은 학부모는 다양한 입시설명회를 찾고 여러번의 입시컨설팅에 고가의 학원비와 과외 등 사교육에 적지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일부는 그런 부모를 부러워하기도, 비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지난 1954년 교육과정 고시를 시작으로 총론은 10차례, 대입제도는 정부 수립 이후 18번, 개정안을 포함하면 19번째다. 4년에 한 번 꼴로 바뀌는 셈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도 바뀌었다. 입시제도는 왜 자꾸 바뀌는가?

미래학자 앨빈토플러(1928~2016)는 <부의 미래>에서 현재의 학교체제를, 산업사회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단일화, 표준화, 대량화라는 산업화 시대의 노동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매일 15시간씩 낭비하고 있다” 라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이 자식의 성공의 시작이라고 여길 수 있었던 시대가 그리워지는 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반수생’의 등장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중에 대학교를 다니다 시험에 응시하는 이른바 ‘반수생’이 역대급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많은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생 중 재수생(졸업생) 비중은 전년 대비 3.7%포인트 증가한 31.7%를 기록했고, 종로학원 역시 최근 2024학년도 대입 반수생이 8만9642명으로, 2011학년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모의고사 접수 통계를 공개한 이래 최고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수능 응시생 5명 중 1명이 ‘반수생’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의대 선호와 정부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영향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바뀐 입시제도의 찬반논쟁을 떠나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졸업장만으로도 좋은 직업인이 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다. 미래사회에 있어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대학입학에 있어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건지, 그러기 위해서 지금 내가 배워야하는 것과 경험해야 할 것이 무엇이며 어떤 선택으로 지금의 교육시스템을 활용해 원하는 것을 취할 것인지가 정리되어야 한다.

여전히 자식의 대학입학을 성공의 시작이라 여기며 자식이 원한다면 ‘반수’ 정도는 지원해주고자 하는 부모님의 애틋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반수’를 위해 수백만원의 대학 등록금과 학원 비용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자식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반수가 통과의례처럼 고착화 되면 ‘대학생 입시 낭인’을 양산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제는 우선 입학하고 보자는 조급한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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