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51)]젤렌스키 전투복의 메시지: 국민연대와 전쟁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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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51)]젤렌스키 전투복의 메시지: 국민연대와 전쟁종식
  • 경상일보
  • 승인 2023.1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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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볼로드미르 젤렌스키(Volodymyr O. Zelenskyy)는 강대국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현직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 초기에는 공식직무를 수행하는 장소에서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에 소위 양복 정장을 입었고 넥타이를 맸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후로는 전투복을 입기 시작했고 덥수룩한 수염도 기르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한국 국회의사당에서 화상연설을 할 때 그리고 2022년 말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를 방문해 연설할 때도 전투복을 입었다. 영국 의회 연설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같은 전투복 차림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군복 바지에 올리브색 웃옷을 입고 신발은 군대식 부츠나 운동화를 신은 전투복 차림으로 공식 석상과 비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물론 긴팔 스웨트셔츠냐 반팔 티셔츠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그의 티셔츠에는 주로 ‘방패 바탕에 삼지창’ 문양과 ‘우크라이나 국경경비대’를 뜻하는 철십자 문양이 들어있다. 그는 이러한 전투복 패션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의 전투복 패션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평범한 국민 및 전투군인과 연대하며, 조국을 참혹하게 파괴하는 전쟁종식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가 여러 추문과 우방국의 피로감 등 앞날에 난제가 쌓여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근검절약과 솔선수범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그는 ‘탁월한 21세기 지도자’ ‘전쟁영웅’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투복 패션의 메시지와 관련해, 우리 인간은 메시지를 전달받을 때, 말하는 사람의 언어적 텍스트보다도 말하는 사람의 비언어적인 요소인 목소리의 음조와 손짓 및 다양한 시청각 자료에 의해서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 메라비안 이후로 정립되어 있다.

‘올리브 그린색 티를 입은 사나이’(The Man in the Olive Green Tee)에서 젤렌스키가 전쟁발발후 늘 입고 있는 “올리브 그린색 티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힘과 애국심의 상징이 되었다.” 이 티셔츠는 젤렌스키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 그와 길거리 위 시민 및 군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가 국민과 고난을 함께 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상징이 되었다. 이어서 젤렌스키는 전직 연극배우로서 “의상이 ‘훌륭한’ 메시지 전달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광공사(Visit Ukraine)는 ‘대통령의 드레스 코드 : 푸틴과 젤렌스키 의상의 의미’에서 두 지도자의 옷이 주는 대중적 의미를 매우 심도있게 분석한다.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이 고가 사치품으로 자신을 과시할 때,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의도적으로 러시아와 푸틴 이름을 소문자로 표기한다: vladimir putin. 푸틴이 전쟁찬성집회에 나가 입었던 재킷이 1만2000달러, 점퍼는 2800달러임을 모두 기억한다.

나아가 그 21세기 독재자는 고가 시계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모두 60만 달러에 이른다. 이와 반대로 젤렌스키 옷장에는 우크라이나 군복들이 주로 있는데 대표적인 M-Tac사 옷이 200달러 짜리이다. 쇼핑사이트에서 젤렌스키가 입은 25유로 짜리 ‘Fight like UKRAINIANS’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 자신의 전투복 이미지를 통해 대통령인 그는 항상 국방수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민과 함께 검소한 생활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자신이 입는 옷의 가격이 아니라, 입은 후의 경매가격일 수도 있겠다. 젤렌스키가 즐겨 입었던 10만원대 점퍼가 최근 런던 경매시장에서 9만 파운드(약 1억4000만원)에 팔렸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권력과 재력의 크기를 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행을 명품으로 남기기를 희망해 본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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