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오래전부터,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교통이나 운송수단으로 말이나 소 등의 동물을 이용하여 왔다. 이것은 증기관차가 발명된 1차 산업혁명 때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어 오다가 2차 산업혁명의 시기에서부터 서서히 퇴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동물들을 이용한 교통수단은 ‘자동차’란 기계의 등장으로 퇴보하기 시작해 특정한 지역(차가 다닐 수 없는 산악, 사막 등)을 제외하고는 쓰임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는 20세기 이후 현대의 사람들에게 없으면 안 되는 필수불가결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자동차의 시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스케치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1769년 프랑스의 공병장교 니콜라 조제프 퀴뇨가 군용 목적(포차 견인용)으로 발명한 증기 자동차를 시초로 꼽는다. 이후 1885년 운송기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츠의 창업자인 카를 벤츠와 G.다임러가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제로)’의 영향으로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의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자동차(electric car, battery electric car)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아 운행하는 자동차로,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를 사용해 바퀴를 회전시킨다. 이러한 전기자동차는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약 200년 전 1828년에 다소 조잡하긴 해도 초기형태의 전기모터를 사용한 최초의 소형 모형 전기자동차가 만들어졌으며, 1834년(위의 벤츠보다 1년 앞선),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에 의해 최초의 전기자동차가 발명됐다.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자동차는 1873년에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제작되었고 1912년에는 미국에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디슨은 포드 자동차와 손을 잡고 전기자동차의 생산 효율화에 앞장서기도 했으며, 무거운 납산 배터리 대신에 니켈 철 배터리를 적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개발이 성공하기 전에 내연기관차의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고, 미국에서 원유가 발견되면서 전기자동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전기자동차는 운행 중 탄소배출이 전혀 없어 친환경적이며 소음 및 진동이 거의 없다. 또 휘발유에 비해 유지비가 저렴하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의 자동차에 비해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충전소 인프라 부족과 높은 구매비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자동차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전기적, 화학적인 요인에 의한 ‘열 폭주에 의한 화재’이다. 그러면,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왜 폭발하는 걸까? 리튬이온 전지에 사용된 액체 전해질은 분리막(얇은 폴리에틸렌 장벽)에 의해 음극과 양극이 나누어지는 구조로, 변형이나 외부 충격으로 분리막이 훼손되면 액체 전해질이 흘러 양극물질과 만나 기화되면서 발열에 의한 분해 반응이 일어난다. 아주 짧은 시간에(수 초) 600℃까지 가열되면서 일부 가스가 방출돼 리튬이온 이차전지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한다. 열 폭주의 또 다른 요인은 전지가 밀도가 낮은 가연성 물질인 리튬 금속으로 구성된다는 점과 제조상의 결함으로 금속입자가 이차전지 사이로 침투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충전기 문제, 물리적 손상, 내·외부의 전기적 단락 등 다양한 이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면 열 폭주에 의한 화재를 종식시켜줄 대안은 없는가? 액체전해질을 대신해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면 음극과 양극이 접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고체전해질은 훼손되더라도 액체전해질과는 달리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즉 ‘전고체 전지(All Solid Battery)’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의 전기자동차가 과거와 같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열 폭주에 의한 화재의 원인을 제거하고, 충전시간을 단축(10분 내외)시켜야 하며 한번 충전시 최소 600㎞ 정도의 주행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전고체 전지가 개발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가솔린 자동차나 수소 연료자동차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