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송인 이금희씨 강연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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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송인 이금희씨 강연을 듣고
  • 경상일보
  • 승인 2023.11.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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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걸수 수필가

대강연장에 관객들로 꽉 찼다. 이금희씨는 18년간 ‘KBS 아침마당’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음속 깊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사연들을 풀어냈다. 처음부터 분위기를 압도했다. 3곳 즉, 단상 중앙, 좌우 양면에 서서 90도로 허리 숙여 30초 정도 씩 아주 겸손하게 인사를 했다.

눈길이 닿을 수 있는 관객들에게는 일일이 눈을 맞추고 열정으로 대했다. 강의 도중 한시도 서 있질 않고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깊어가는 가을, 우리들 마음속에 아름다운 단풍이 들기를 바란다며 온몸과 마음을 던져 강연을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석학 하버드 대학생들이 자살률이 최고로 높다고 하며, 혼자 앞만 보고 달려 온 결과라고 했고, 대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대일 밥 같이 먹기 일환인 튜텨를 한 이래 자살률이 확 떨어졌다고 했다. 요즘 혼 밥 세상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밥을 같이 먹으며 마주보는 대화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이다. 동물에게는 없는 사람눈동자는 바탕의 흰자 때문에 눈으로도 켜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라톤 이야기도 했다. 완주한 경험자들에 의하면, 42.195㎞ 중 30㎞ 지점에 도달했을 때 너무나 평온한 희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때문에 마라톤 마니아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한 듯, 객석에 마라톤 완주자가 있는지 손을 들 게 했다. 또 완주자로 하여금 직접 답하게 하는 등 관객들과 소통하는 입체적 강의도 가끔씩 이끌어 내었다.

중학교 교장 출신 무학자 아내는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마치고 대학까지 들어갔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포기하려는 것을 남편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은 바로 다 흘러내려도 콩나물은 매일 조금씩 자란다는 것을 일깨워 주면서 열정으로 대했다. 아내는 포기하질 않고 논밭에서 일하며, 영어 단어를 외워 대학까지 들어갔다는 것이다. 실로 눈물겨운 토크였다고 했다.

어느 가장은 불고기집을 운영하여 많은 돈을 벌었고, 수입차가 5대나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 그 돈으로 건설업에 투자하여 IMF때 몽땅 날려버렸다. 그 때 아내는 보잘 것 없는 국수집을 내면서 하루 100그릇만 팔기로 약속을 했다. 100그릇을 다 팔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아내는 전에 보다 남편 얼굴이 너무너무 밝아졌다고 했다.

가족 간 의미 있는 대화는 가능한 집에서는 하질 말라는 것이다. 집은 대개 가족 구성원 간에 평소 갈등 등으로 눈물과 상처투성이라, 솔직함을 표현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곳을 산책을 하거나 처음 가보는 곳에서 처음 마셔보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먹고,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히 목마름이 해소되고 진솔한 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감독이나 코치가 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했고, ‘응원단장’이나, ‘팬 클럽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한 것은 구체적으로 칭찬해주고, 사실대로 대해 주라고 했다. 그래야만 객관적 사고로 구김살 없이 자란다고 했다. 행복은 질이 우선 되어야 하고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많이 만들라고 했다. 그러려면 상대에게 자신부터 진솔해야 한다고 했다. 내 안의 아름다움을 찾아 가자고 했다. 내가 나를 아껴주고 이해 해줄 때 남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일 내 자신을 토닥토닥 어루 만져주고, 오늘도 “강걸수 수고했어” 라고 자신과의 대화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패는 성숙한 인간을 만든다고 성공은 잠시이지만, 실패는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에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당연한 진리지만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겸손하지 않으면 최선이 나오지 않는다.” 내겐 희망적인 말 “겸손”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겨울의 문턱, 이금희씨 강연은 겸손함과 진솔성이 물씬했다.

강걸수 수필가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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