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은 ‘군주의 뜻에 영합함으로써 신임과 총애를 얻는 지위를 차지하려는 사람’이다. 군주가 총애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하도 추종해 그를 칭찬하고, 군주가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하는 온갖 것으로 그를 비방한다. 간신은 인간의 이러한 속성을 이용해 군주가 옳다고 여기는 것은 찬성하고 군주가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대하면서 신임과 총애를 받으며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 그들은 결국 군주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초나라 장왕의 동생 춘신군에게는 여(余)라는 애첩이 있었고, 춘신군의 정실 소생으로 갑(甲)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애첩 여는 춘신군이 정실부인을 버리게 하려고 스스로 몸에 낸 상처를 그에게 보이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정실부인의 뜻을 따르고자 하면 당신을 섬길 수 없고, 당신의 뜻을 따르면 정실부인을 거스르게 됩니다. 소첩이 어리석은 까닭에 두 주인을 섬기기에는 힘이 부족한 듯합니다. 두 분을 모두 섬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 부인에게 죽임을 당하느니 당신 앞에서 죽겠습니다.” 춘신군은 여가 꾸며 낸 말만을 믿고서 정실부인을 버렸다. 또 애첩 여는 적자 갑을 없애고 자기 아들로 대를 잇게 하려고 춘신군에게 아들 갑을 음해해 죽이게 하였다.
한비자 ‘간겁시신(姦劫弑臣)’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비자는 간신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무릇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하고 안정된 것을 추구하며, 위험하고 해로운 것을 피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비자는 이 모든 것이 간사한 계략을 꾸미는 애첩이나 간신들의 문제가 아닌 군주의 책임이라고 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군주는 궁전 깊숙한 곳에서 세상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간신에게 해를 당하는 어리석음을 겪지 않으려면 내게 듣기 좋은 말만 해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부터 경계해야 한다. 세상은 평탄한 길과 위험한 길이 분명하지 않고, 세 치 혀의 진실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마음의 눈을 밝히고 마음의 깊은 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진실은 보이게 마련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