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공천정국’을 사실상 한달 앞둔 시점에서 김 대표의 이러한 전략은 이른바 더불어민주당의 ‘친이재명’세력 외에 어떠한 정치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포석으로 읽혀진다.
김 대표는 그동안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중도·야권 성향 인사들을 접촉해 왔다고 21일 김 대표 측을 비롯해 정치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빅텐트란 지향점이나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 세력들이 선거를 앞두고 초당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을 뜻한다.
김 대표의 ‘슈퍼 빅텐트’ 구상이 구체적으로 외부 인재 영입을 뜻하는지, 후보·정당 간 연대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이처럼 대상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목적은 어느 정도 드러난 듯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신당론’에 맞서 중도 지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해석이 많다.
현재 수면 위에서 거론되는 대상은 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출신인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정도다.
김 대표는 연말까지 당무감사를 통해 물갈이 폭을 가늠하면서 참신한 인재가 있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맞물려 구체적인 공천 규정 확정을 미루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영입 상황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의 중도보수 빅텐트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선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인재 영입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
당내 반대파들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리더십에 도전을 받아온 김 대표의 궁여지책이라고 비판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인사들과도 전혀 화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디에다 빅텐트를 친다는 것인지, 그 ‘빅’(big)이라는 게 얼마나 큰 텐트일지 약간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결국 ‘김기현 슈퍼 빅텐트’ 구상의 성패는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의 탈당 및 국민의힘 합류 시나리오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러한 전망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에서 김 대표의 구상에 대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민심은 도외시한 채 군사작전하듯 획일화된 국정 운영으로 일관하면서 각계의 다양한 세력을 품겠다는 허황된 꿈부터 버리라”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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