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SK, 삼성, S-OIL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산업수도 울산과 인연이 깊다. 이들 기업 덕에 울산은 산업수도로 우뚝 섰다. 근로자들의 땀과 열정 또한 산업수도의 근간이 됐다. 이런 관점에서 수십년간 근로자들의 휴식처가 된 ‘사택’은 산업유산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타 지역도 지역 고유의 사택을 관광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도 특화된 도시재생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근·현대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울산의 역사와 함께해 온 사택
사택은 근대 울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 곳곳에 사택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울산 남구 동서오거리의 유래도 사택에서 시작됐다. 당시 오거리 주변에 동서석유화학 사택이 있어 동서오거리로 불리게 됐다.
공동주택으로 개발이 확정된 한화사택은 과거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무거동이라고 불렸던 곳을 동네로 만든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울산 동구를 조선업의 대표 지역으로 만든 것은 울산 최대 규모의 현대중공업 사택의 역할이 컸다. 현대중공업은 동구 일원에 4~15평의 근로자 사택부터, 외국인·임원 사택까지 건축 목적에 따라 형태, 규모 등이 조금씩 다른 사택을 임·직원에 공급했다. 1995년께 공급된 사택 수는 1만5292가구로, 이는 당시 기혼 사원 94%가 내집 마련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였다. 동구 일원에 산발적으로 퍼진 사택들이 지역 분위기를 바꿔놨다. ‘1만호 사택’이라 불렸던 현대중공업 사택들도 현재는 재건축으로 일부 부지는 매각되거나 일반 아파트로 전환되면서 기숙사와 일부 사택만 남아있다.
◇울산 최고(最古) 사택 현존
울산 최고(最古) 사택은 당시 모습을 보존한 채 야음동 일원에 남아있다. 이곳 사택의 특징은 적색 벽돌 굴뚝, 색이 바랜 듯한 검정색의 뾰족 지붕 등 1960년 연립주택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도 산 경사로에 지어져 단차를 두고 세워진 단층형 연립주택을 발견할 수 있다. 양 주택 사이로 이동을 돕기 위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택은 1967년 남구 야음동 산252번지 일원에 한국석유공업 직원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조성된 후 야음동 일원이 사택 단지화되는 데 일조했다.
현재는 건물 노후화로 직원은 거주하지 않고 있다. 최근 선암호수공원 일원에 일몰제가 해제되면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최초의 의미를 갖는 사택을 울산의 근·현대 유산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울산만의 산업유산에 주목해야
지난 2020년 열린 울산도시재생 정책 포럼에서는 울산의 사택 부지를 특수 기금 등으로 미리 확보해 도시재생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21년 울산 현대 산업유산 고찰 연구에서도 울산을 ‘현대 산업유산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택 건설은 울산의 산업화 과정을 보여주는 산업유산이자 도시·정주 환경을 보여주는 자료다.
최근 도시재생 패러다임은 ‘특화재생’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화재생은 각 지역의 특징적인 요소나 자원을 가지고 도시재생에 나서는 방안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사업 지침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태백시에서도 50년 된 탄광 사택촌을 보존해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정부 공모 사업에 뛰어들었다.
울산의 사택도 ‘공간·사람·시간’을 잇는 산업유산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사택을 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은 쉽지 않다보니 일각에서는 보존을 우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택 보존을 위해 기업과 구체적인 부분에서 논의를 하고 향후 관광 자원으로의 활용 방안을 검토해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 도시재생지원센터 이창업 센터장은 “산업수도 울산과 산업문화가 누적된 울산을 알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시설로 사택이 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도 울산인 만큼 중요한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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