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는 부산시, 울산시보다 작다. 서울에 여의도를 합친 크기밖에 안 된다. 울산이 싱가포르의 1.5배쯤 될 것이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 국가이다. 나라가 마치 고급 백화점 느낌이랄까. 직선 거리로는 마라톤 경주도 할 수 없는 크기이고, 파 한 뿌리나 계란 한 알 생산되지 않는 나라이다. 그러나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국가경쟁력 세계 2위인 싱가포르. 1965년 독립된 나라, 말이 독립이지 하도 골치가 아파서 말레이시아가 아예 내다버린 섬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허브로서 지구촌의 다국적 기업들이 거의 다 들어와 있다. 그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 지금은 영국인들이 가장 이민을 오고 싶어하는 나라이다.
싱가포르는 지하자원도 없다. 큰 산도 없고 부키티마힐이 하나 있을 뿐이다. 강다운 강도 없다. 그저 도시 국가를 통과하는 수로 정도가 있다. 식수도 이웃 나라 말레이시아에 의존한다. 훈련 장소가 없어 공군기는 호주에서 훈련을 한다. 그러나 세계인이 칭송하고 인기 여행지로도 주목을 받는다. 자국민이 530만명쯤이다. 연간 관광객은 2000만명 이상 찾는다.
버려진 섬에서 20세기에 엄청난 기적을 일으킨 싱가포르, 한국도 싱가포르와 비슷한 시기에 기적을 일으킨 나라였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외화내빈이다. 나라빚이 천문학적이고 인구가 줄고 있다. 거품이 심했던 부동산, 앞으로 부동산 가격도 폭락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어떠한가. 나라가 워낙 안전하고 깨끗하며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도 투명하다. 게다가 아름답고 언제 봐도 살고 싶은 나라, 머물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정부의 노력이 느껴진다. 학교에서는 왕따가 없고 폭력도 없다. 학생들의 게임을 제한하고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오는 걸 금지하면서도 여러 분야 두루 독서를 많이 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영어와 중국어를 철저히 공부시키므로 대화가 능통하다. 보통 3개 국어 구사는 예사이다. 그러니 싱가포르에서 7개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도 두 명이나 봤다. 시험도 진짜 실력을 겨룬다. 우리처럼 아무거나 찍어도 되는 사지선다형이 아니다. 답을 주관식으로 써야 한다. 선진화된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교육을 자랑한다. 독서를 하지 않거나 종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면 절대로 시험을 잘 볼 수 없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 공부 방식과 비교해 보라.
그렇게 길러지는 싱가포르의 인재들, 지구촌 어디에 가서도 당당히 일을 할 수 있다. 싱가포르라는 국가는 이미 검증된 고급 브랜드가 되어 있다. 비록 ‘싱글리쉬’를 쓰지만 그들은 싱가포르 국민이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언어에 자신감이 있으니까 해외에서 창업을 잘하고 비즈니스도 잘 해낸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어떤가. 영어 하나 가지고도 씨름을 한다. 컴퓨터 게임 중독자가 많다. 또 어린이들이 밥을 먹으면서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학생이 왕따로 자살을 하고 학부모 갑질로 교사도 자살을 하는 병든 사회이다. 스승이나 어른 공경도 사라져가고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같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었던 싱가포르와 한국, 출발은 비슷했으나 지금은 극과 극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소득도 8만달러가 넘는 나라, 그야말로 꽃방석에 앉아 있다. 한국인은 서로가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그러한 차이와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의 문제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두뇌가 부족한가. 게으르기라도 한가. 모두 마인드의 문제, 태도의 문제이다. 그리고 발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인들도 지자체 인사들도 표가 되는 일만 하려 하거나 반짝 인기 위주로 일을 하기 일쑤이다. 그래서는 싱가포르의 흉내도 내지 못한다. 울산은 싱가포르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매력적인 도시이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나날이 전세계인이 알아주고 울산은 한국을 벗어나면 거의 모른다. 모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연실 울산6223미래포럼 글로벌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