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선조들은 ‘겨울 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고 표현했다. 산이 운다는 표현은 강한 바람이 산맥을 타고 넘을 때 내는 ‘우우웅~’소리를 말하는데, 이 바람은 겨울철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북서풍을 일컫는다. 북서풍은 유난히 산지가 많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도중 높은 산맥에 막히고, 뒤따라오던 습기 역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해 쌓여 결국 눈구름을 형성시키게 되는 것이다.
일기예보는 관측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 중 겨울이면 빠지지 않는 적설관측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적설(snow cover)은 지면에 쌓인 눈을 말하는데 적설판을 사용해 그 위에 쌓인 눈의 깊이를 자로 측정해 ㎝단위로 표시한다. 적설관측을 위한 적설판은 모두 3개, 하나는 매번 관측시마다 측정이 끝나면 눈을 털어 버리기 때문에 시간당 적설량 혹은 분당 적설량 확인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하루를 기준으로 관측 후 털어 버리는 적설판으로 하루 동안 눈이 녹고 쌓이기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남은 쌓인 눈을 관측하는 판이다. 나머지는 1년 365일 쌓인 눈을 그대로 둔다. 따라서 과거 내렸던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는 경우, 새롭게 내리는 눈과 함께 현재 쌓여있는 총 눈의 최대 깊이를 확인시켜준다.
일반적으로 적설(snow cover)이란, 지면에 쌓인 눈을 말한다. 단단하고 편평한 나무판에 ㎝눈금의 자를 부착한 길이 50㎝이상의 수직자를 연직으로 세워 눈의 깊이를 측정하는데, 관측판의 절반 이상이 눈으로 덮여 있어야 적설이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렸다 하더라도 지면에 쌓이기 전에 녹아버려 관측판을 반 이상 덮지 못했다면 ‘적설은 없고, 단지 일기현상만 있었던 것’으로 기록된다.
사실상 첫눈은 내리는 양은 중요하지 않다. 함박눈은 물론 진눈깨비나 싸라기눈도 양에 상관없이 첫눈으로 인정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첫눈은 적설판을 반쯤 이상은 덮지 않아서 눈은 내렸지만 적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질량을 재는 강수량과는 달리 눈의 깊이를 측정하는 적설의 단위는 ㎜가 아닌 ㎝이다. 즉, ‘앞으로 내릴 눈의 양’은 ‘예상적설’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동태평양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0.5℃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일컫는 엘리뇨가 나타나고 있다. 엘리뇨가 나타나는 해에 전지구 평균온도은 0.2℃ 높고, 우리나라 겨울 역시 비교적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았다. 엘니뇨 영향으로 올 겨울 기온을 예년보다 높게 보는 큰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내륙지역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있고, 북극의 해빙면적이 줄어든 상황이라 북극의 한기가 급습하게되면, 많은 비가 폭설로 변할 수 있다. 겨울산이 우는 날을 각별히 대비해야하는 이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