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도시 울산’은 다양한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다. 도시발전, 소득수준 향상과 같은 긍정적 인식과 공해, 위험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들이 복합되어 있고, 울산시민들의 인식과 외부인들의 인식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사실과 다르게 굳어진 인식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도시 경관디자인을 통한 도시 이미지 개선은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다. 왜냐하면 시각적 인지 대상으로서의 경관디자인은 경험자들에게 즉각적이고 실증적인 인식과 기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도시 경관디자인을 통해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산업단지 경관디자인에 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와 산업단지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중소규모의 산업시설이 대부분인 다른 도시와 달리 울산은 대규모의 산업시설과 산업단지가 도심에 공존하는 특성이 있다. 울산은 대규모 공장과 시설들이 도시 공간의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주거 공간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서 산업단지의 경관적 특성이 도시 이미지 형성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축에서 건물의 전면을 파사드(Facade)로 표현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많은 건축물의 파사드는 다양한 유형의 디자인적 언어를 통해 사람의 얼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단지의 경관디자인 또한 그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고, 기업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세로 해석할 수 있다.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의 안산사거리에서 고늘사거리까지 4㎞를 넘는 거리에는 긴 담장과 대규모 공장건물이 성벽처럼 서 있다. 도로 맞은편의 주거 공간과 마주하며 깊은 침묵과 표정 없는 얼굴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안 도시로서의 매력적인 입지를 가졌지만, 대부분의 해안지역을 산업시설이 차지하고 있고, 견고한 경계로 분리되어 있어서 더욱 폐쇄적인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북구 미포로의 유동2길에서 염포삼거리에 이르는 5㎞를 넘는 거리에도 산업단지의 긴 담장과 대규모 공장건물들이 도로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주거지역의 가로와 다르게 활력이 없고, 정체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 벽체와 청색 박공지붕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공장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흰색의 단순한 사각형 형태로 디자인되어 지금과는 다른 매력적인 산업건축의 형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산업시설 경관디자인에도 관심을 두면 좋겠다.
울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장생포를 찾아가는 길 역시 무척 낯설고 불안하다. 산업단지로 둘러싸여 섬처럼 남아 있는 장생포는 낡고 생경한 생산시설이 마주하고 있는 신여천사거리에서 장생포 문화창고까지 4㎞ 남짓한 장생포로를 지나고 나서야 만날 수 있다. 도로 양쪽에 나열해 있는 다양한 유형의 고래 조각들만이 고래문화마을 장생포에 대해 기대하게 한다. 외지에서 고래문화마을 관광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달려온 방문객들에게 공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철망으로 된 담장을 지나 장생포로 진입하는 경험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산업단지의 거대한 공간적 경계를 만드는 담장과 높이 솟은 공장건물의 외관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도시를 향해 세련되고 수준이 높은 얼굴(Facade)을 보여주기 위한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단지의 공간적, 건축적 특성이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들어 동구청은 현대중공업의 긴 담장 경관디자인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관광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모색하는 동구에 또 다른 매력 요소와 관광자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단절된 담장을 마주하며 살아온 동구 주민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지역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소통의 담장이 되었으면 한다.
많은 것이 디자인으로 평가되는 세상이 되었다. 산업단지의 긴 담장과 높은 건물들은 이제 그 기업의 이미지이며 얼굴이 되고 있다. 산업단지 경관디자인 개선을 통해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일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