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에서는 지난 달 말에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의 형법은 징역형과 금고형의 기간에 대해 ‘무기 또는 유기로 하되,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무기형의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 현재의 형법이 무기형의 경우 20년이 지나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고 한 규정에 ‘가석방이 허용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결국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고,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할 때 가석방이 있는 무기징역인지,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인지를 구분해 선고하자는 것이다.
사실 법원은 어지간한 흉악범에게도 사형을 잘 선고하지 않았다. 2016년 이후에는 사형이 확정된 판결이 아예 없다고 하고, 그나마 사형이 확정된 판결도 1997년 12월 이후에는 하나도 집행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26년째 사형의 집행이 없다 보니까,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는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강력범죄에서도 법원은 거의 대부분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는데, 현재의 형법에 의하면,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20년 이상 구금되고 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교정통계연보’에 의하면 무기징역 가석방자 숫자는 2018년에 40명, 2021년에 17명, 2022년에 16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흉악범에 대한 형벌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이 끊임없이 있어 왔고, 강력범죄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유족은 범인이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20년 이상이 되면 가석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도 흉악범이 죄값을 치르고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제출 당시 법무부장관은 “흉악범죄로 인생 전부를 잃은 피해자와 평생을 고통 받아야 하는 유족의 아픔을 생각하고, 앞으로 흉악범죄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주장이 많다. 우선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에 이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그 제도를 폐지하는 추세이다. 거기에다가 범죄 예방적 효과를 단정할 수 없고 교도행정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하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헌법상 인간 존엄의 가치를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형벌 제도”라며 하면서 반대 의견을 냈다.
거기에다가 지난 14일에는 천주교 사형폐지소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소속 연구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에 반대했다. 어떤 범죄 행위가 가석방 없는 무기형에 해당하는지를 법률로 정하지 않고 판사에게 일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가석방은 죄에 대한 뉘우침이 뚜렷한지 교정당국이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하는데, 판사가 판결하면서 가석방 여부를 미리 판단하는 것은 가석방 제도 취지와 너무 어긋난다는 것이다.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기본권 침해 및 범죄 예방 효과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사형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화 되어 가고 있다면, 그 전단계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 시행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잔인한 살인 등 천인공노할 흉악범에게 무기형을 선고하고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약한 형벌로 보이고, 또 피해자나 피해자 유족들의 고통도 깊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