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노조대표와 서면합의 없으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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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노조대표와 서면합의 없으면 무효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3.11.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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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들에게 연장근로 가산수당 7000여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노인요양원 대표이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박원근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이던 원심을 깨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울산에서 지자체 위탁을 받아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A씨는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요양보호사 등 직원 27명의 연장근로 가산수당 총 7400만원 상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5년 3월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에 대해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즉, 직원들이 특정한 날짜에 근무를 많이 하되, 다른 날짜에 근무 시간을 줄여서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게 한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적용 대상, 기간, 근로일별 근로 시간 등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하는데, A씨는 근로자 대표가 아닌 개별 근로자들 동의 서명을 받았다. 또 대상, 기간 등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탄력근로제 도입 과정이 이러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A씨에게 법 위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고 싶었더라도 당시 근로자 과반이 속한 노동조합이 없었고, 탄력근로제 도입 이후에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에 근무조별 근무 시간과 휴게시간 등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달랐다. A씨가 스스로 법 위반 소지를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도입 당시 비록 조합원이 적었으나 노조가 있었고, 이 노조가 탄력근로제 도입을 반대한 점, 노조가 탄력근로제 도입 법적 근거를 묻는 취지로 자료를 요청했으나 A씨가 거부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당시 노조는 노인 돌봄이라는 업무 특성상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면서 일은 해야 하는 상황이 잦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미필적으로나마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 가산수당 미지급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본다”며 “요양보호사 근무 형태는 실제로 탄력근로제 도입 전과 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임금이 감소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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