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기후 위기 상황 속에 날씨에 민감한 과수농가의 피해는 유독 컸다. 과수의 경우 빛깔이나 모양, 크기 등 상품성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모두 기후와 관련된 일조량, 기온 그리고 바람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특화작물인 배의 경우 올해 초 따뜻한 봄철 개화기 날씨에 갑작스런 0℃ 이하로 내려간 이상기온 탓에 냉해 피해로 첫 출발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 있는 과수마저도 여름 태풍으로 상당히 낙과하는 등 일년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의 수고를 헛일로 만들었다. 냉해 피해로 수확량이 30~40% 가량 줄고, 태풍 낙과피해 때문에 또 30~40% 줄어드는 등 이런 피해를 입은 농가가 허다하다.
이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길게는 5년, 짧게는 2년 등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매년 반복하는 봄 냉해 피해는 과수의 품질을 떨어뜨려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수확을 하더라도 상품성이 저하되어 상당수 버려지는 처지에 놓이면서 농민들이 수확 자체를 포기하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근 태풍, 가뭄, 홍수, 냉해, 폭설 등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고 있고, 이러한 기상재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날씨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게는 기후변화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기후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평균기온 상승도 문제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6월에서 8월까지 지역의 평균기온은 25.1℃로 평년보다 1℃, 최저기온은 21.6℃로 평년보다 1.1℃ 올랐다. 울산지역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지역 특화 작물 재배를 계속하기 위해서 점점 경북으로, 또는 강원으로 밭을 옮겨야하고 이제는 울산에 열대작물을 재배해야 할 판이라는 ‘웃픈’ 이야기가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기후 위기 속에서 울산 농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영농을 유지하시는 농민들의 노고에 더해 울산시와 울주군 행정, 의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올해 울산지역 농사는 또 한 번의 위기를 잘 넘어설 수 있었다. 각종 피해 발생 시 신속한 피해 조사를 통한 지원책 마련, 약제와 비료, 그리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에 대한 가공용 수매지원 등 행정 및 의회의 발 빠른 대처는 시름에 빠진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기후 변화의 시기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이다. 앞으로는 기후 관련 농업재해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선제적인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울산 배의 경우 과거 1990년대 식재된 신고품종이 주를 이루고 있어 기후변화에 민감하기에 조생종 품종으로 품종 변경 등이 필요하다. 또한 기온 상승에 따른 작물 벨트의 북상에 대비한 새로운 작물 개발, 기상재해에 강한 고소득 작목의 육성 및 안정적 재배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런 숙제들은 농민 스스로 해결할 것이 아닌 농업 관련 기관 및 행정, 의회에서 울산의 미래농업 발전을 위해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삼박자를 모두 갖춘 상생의 길에 접어들어야 할 것이다. 대체 품종 개발과 새로운 대체 고소득 작목의 육성 등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눈앞의 어려움이 아닌, 한 발 더 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지역 농가의 개선 의지가 더해진다면 기후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울산의 미래 농업을 위해 행정 및 의회, 농업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 농민을 위한 모두의 관심, 그리고 농가의 적극적인 협력 등 3박자 속에서 울산 농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창균 울산원예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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