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광천김’ 지리적 표시 등록이 취소 확정되어 ‘광천김’ 상표를 아무나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사실 ‘아무나 쓴다’라는 것은 정확히는 틀린 표현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로서 금지되므로 타지역의 김 생산업자가 그 지역에서 생산한 자기의 김에 ‘광천김’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략 맥락으로만 봐도 기사를 보는 사람은 누구든 ‘광천김’ 상표가 독점권을 상실했다는 의미인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을 요약해 보면, ‘광천김’ 표장에 대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이 표장을 권리자 측이 부정 사용해 등록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특허법원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는 내용이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 무엇이며, 왜 앞에서는 상표라고 하다가 뒤에서는 저 긴 이름을 쓰느냐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넓은 의미의 ‘상표’의 일종이다. 상표 중에 단체표장이 있고, 단체표장 중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 있는 것이다.
2005년 단체표장등록제도 도입 이래 단체표장등록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 점도 놀랍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단체표장”이란 상품 생산업자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그 소속 단체원에게 사용하게 하기 위한 표장이고, 나아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란 지리적 표시(일례로 보성녹차를 떠올리면 되겠다.)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ㆍ제조 또는 가공하는 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그 소속 단체원에게 사용하게 하기 위한 표장을 말한다.
부정사용취소제도란 상표권자 등이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 상품과 출처혼동을 일으키는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 등록을 취소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편법적인 사용에 대한 제재이다. 단체표장의 경우 단체원의 정관에 위반한 사용 시에도 취소 사유가 되는 경우가 있다.
특허법원은, 권리자인 단체의 소속 조합원들이 지정상품인 ‘조미구이 김’에만 사용해야 할 표장을 유사한 제품인 ‘김 가루’ 등에 사용해 품질을 오인하게 한 점, 그리고 소속 단체원이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관을 위반해 단체표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였고 소속 단체원이 단체의 정관을 위반해 표장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였는데 단체가 이들에 대해 감독을 게을리 한 점을 들어 등록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울산에 주소를 둔 단체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검색해 보면, 현재 등록되어 있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울산외고산 옹기 ULSAN OEGOSAN ONGGI’ ‘강동 돌미역’ ‘울주 미나리 울주 ULJU DROPWORT’ 등 세 개의 상표만이 관찰된다.
‘언양불고기’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 출원 후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거절된 적이 있는데, 그만큼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권리 유지도 어렵지만 권리 획득도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지만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 특별한 상표권’의 획득에 힘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또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외에도 지역에는 각종 지자체 캐릭터 상표들이 있다. 굳이 이 모두를 모아서 용어를 만든다면 ‘지역브랜드’가 적절해 보인다.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적시에 상표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는 경우 타인의 선점으로 곤란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자체에서는 가시적인 시정(市政)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무체재산권 확보와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광천김’ 사건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한마디로 “지역의 가치를 보호하는 상표가 있고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라는 점이다.
본지 11월30일 자 지면에서 ‘울산중심 행복남구’ 도시브랜드 선포식 기사가 눈에 띈다. 도시브랜드의 한 축을 구성하는 지자체 캐릭터 상표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의 관리라는 측면도 분명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