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장애인체육관에 다니는 70대 A씨는 오전 11시가 되면 휠체어를 끌고 체육관을 나설 채비를 한다. 바로 옆 건물인 울산시노인복지관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A씨는 “11시부터 가도 사람들이 복도에 길게 줄을 서는데 1000원짜리 식사를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장애인체육관과 시노인복지관은 인도로 약 200m 거리. 다소 평평하지 않은 인도를 따라 휠체어를 타고 11시10분께 복지관에 도착했다. A씨는 “나보다는 거동이 편한 장애 노인들은 뒷 주차장을 따라 복지관으로 이동하는데 차 사이로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면 걱정될 때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노인복지관은 오전부터 점심 식권 판매로 정신이 없다. 1일 300장의 식권을 팔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전 10시면 동이 난다. 식사가 시작되는 11시40분이 되자 크지 않은 경로식당이 금세 발디딜 틈없이 가득찼다. 복지관 회원 B씨는 “점점 사람이 늘어나는 거 같다”며 “지금 방학기간이라 이 정도지 평소엔 더 복잡해서 수업이 있는 날이면 식사 못하는 날도 많아 억울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오전 10시에 수업을 듣는 복지관 회원 등이 경로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
이처럼 한끼에 1000원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노인복지관을 찾는 장애인체육관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각 시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오른 물가에 저렴한 한끼를 찾아 노인복지관으로 발걸음하는 고령 장애인들이 늘면서 식사 중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일이나 반대로 복지관 회원들의 이용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8월 기준 시장애인체육관이 오른 가스·수도비 여파로 점심값을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리면서 심화됐다.
노인복지관은 경로식당으로 시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장애인체육관에는 별도 지원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노인복지관의 점심식사는 1000원인 반면 시장애인체육관은 3000원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사고 등 어르신들의 안전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매일 4~6명의 어르신이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등 대략적으로 전체 인원의 약 15%는 장애인체육관에서 식사하러 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식탁 간 간격이 좁아 통로 사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자원봉사자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해 좁은 식탁 사이로 의자를 뺐다 끼웠다 하거나 자율배식이 불가한 경우는 직접 식사를 갖다줘야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체육관도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노인복지관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이용객들이 식사비를 맞춰달라는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체육관 측은 “한끼 단가는 사실 4200원으로, 3000원도 빠듯해 자체 프로그램 수익과 쌀·김치는 후원을 받아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식사 인원이 일정치 않아 남은 음식을 버리는 일도 잦다.
이에 울산시 관계자는 “시 산하 장애인 복지관·체육관 등 4곳에 1끼당 약 2000원 가량의 급식단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각 시설의 의견이 취합되면 올 연말까지 단가를 정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