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7)]유럽 미래차 산업의 메카 헝가리, 울산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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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7)]유럽 미래차 산업의 메카 헝가리, 울산과 만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2.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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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포르투갈 대사

지난달 13일 세르다헤이 이슈트반 헝가리 대사가 울산을 방문했다. 작년 9월 부임 이래 줄곧 기회를 엿보다, 울산의 2차전지 특화단지 선정과 현대차의 전동차 전용공장 착공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방문을 서둘렀다고 했다. 세르다헤이 대사와는 주 헝가리 대사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왔고, 울산 자랑을 많이 해주었던 터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헝가리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와 함께 ‘비세그라드4’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 EU의 새로운 산업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래 자동차와 2차 전지 배터리산업에 있어서는 우리에게 ‘유럽의 베트남’과 같은 곳이다. ‘구름 위의 성’이란 뜻을 가진, 헝가리 왕조의 세 번째 수도 비세그라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압박을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1335년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왕들이 모여 두 달 여간 협의했던 곳이기도 하다.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이들 3개국은 NATO와 EU 가입과정에서 뭉쳐야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소신 하에, 헝가리의 제안으로 1991년 비세그라드에서 모였고, 동일 이름의 지역 협력체를 출범시켰다.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하면서 슬로바키아도 가입해 비세그라드4가 되었다. 1999년 NATO에, 그리고 2004년 EU에 가입함으로써 당초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후에도, 해체하지 않고 중부 유럽국가들 간 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지역협의체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의 EU내 최대 수출시장이자 투자처이다.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지금까지 두 차례 정상회의를 가졌다. 2015년 체코, 그리고 2020년 헝가리에서 각각 개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필자가 외교부 유럽국장과 주 헝가리 대사 시절이었다. 정성을 기울였던 행사였기에, 비세그라드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크다. 코로나 기간을 포함, 최근 EU내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이고, 80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자동차, 가전, 타이어, 이차전지 등 분야에 진출해 있다. 과거에는 인구나 국토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4배 이상 큰 폴란드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 졌다면, 10여 년 전부터는 4개국에 고르게 진출하고 있다.

▲ 주헝가리 대사 재임 당시 헝가리 외교부에서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과 한국기업 초청 조찬 간담회 공동 주재 장면.
▲ 주헝가리 대사 재임 당시 헝가리 외교부에서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과 한국기업 초청 조찬 간담회 공동 주재 장면.

최근 몇 년 동안 두드러진 현상은 헝가리가 유럽의 미래 차 생산기지로 급부상하면서, 한국기업들의 2차전지 분야 진출 붐이 하루가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KAL과 LOT 등 매주 7편의 직항편이 운항중이고, 300여개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거주 비자를 가진 한국인들이 6000명이 넘고, 매년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과 삼성 SDI와 SKon 등 공장 건설을 위해 단기간 거주중인 기술자들을 합친다면 매일 1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부다페스트 거리를 활보중이다. 20개가 넘는 한국 음식점이 부다페스트에 있는데도, 신장개업을 준비 중인 식당이 많고, 짜장면과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식 중국집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왜 헝가리를 찾을까? 유럽에 위치한 EU국가라는 지정학적 가치,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과 낮은 인건비, 안정적인 정세와 양호한 치안, 그리고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유치 노력과 관대한 인센티브 때문이다. 더 이상 헝가리를 중유럽의 그저 그런 구소련 국가, 나중에 한번쯤 가볼 만한 여행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훨씬 많이 발전해 있고, 규모와 섬세함에서 프라하나 비엔나 등 인근 도시들보다 아름답고 깊이가 있다.

유럽의 제조업 단지인 헝가리는 미래를 함께 꿈꾸고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이다. 울산은 지난 60년간 한국의 산업수도였고, 이제는 모범적인 생태도시로 거듭 성장하고 있다.

▲ 지난달 13일 세르다헤이 이슈트반 주한헝가리 대사의 울산 방문을 환영하는 김두겸 울산시장.
▲ 지난달 13일 세르다헤이 이슈트반 주한헝가리 대사의 울산 방문을 환영하는 김두겸 울산시장.

헝가리대사 방문 그날, 현대전동차 전용공장 기공식과 울산대학의 ‘글로컬 대학 30’ 선정이라는 겹경사가 있었다. 전동화 시대를 향한 큰 발걸음을 뗐기에, 울산은 미래 수십 년 동안 고급 전기차의 국제적인 생산기지로 발전할 것이다. 헝가리 또한 독일의 3대 자동차 회사의 미래 차 양산기지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컬 사업에 있어서도, 울산지역 대학의 협력동반자 목록에 헝가리의 유수대학인 ELTE 국립대학과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올해 의학과 물리학분야 두 개를 포함, 총 1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헝가리는 전통적으로 기초과학분야 선진국이다. 울산대 오연천 총장은 장기간 R&D를 통해 국제사회의 이정표가 될 만한 공동 성과물을 함께 만들어 내자는 소신을 밝혔다. UNIST와 울산과학대와도 게놈 사이언스, 수소저장, 중견엔지니어 양성 교육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SDI 울산공장 방문을 통해서도, 향후 신형 배터리와 양극재 생산, 나아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까지 들어서게 된다면 ‘미래형 배터리 메카’로서의 울산과 헝가리의 공조 가능성이 클 것임을 확인했다.

헝가리에는 현재 울산공장보다 5배나 큰 삼성SDI와 동일 규모의 SKon, 그리고 에코프로비엠, 더블유스코프, 성일하이텍 등 소재 기업들과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이 산업 전주기에 걸쳐 동반 진출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30년까지 250GWh 생산역량으로, 유럽 내 2위 및 전 세계 10위를 꿈꾸면서 한국기업들에 대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 청년들이 울산을 거점으로, 미래차 산업의 핵심 ‘일꾼’으로서, 헝가리로, 미국으로 진출하는 그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김두겸 시장은 경협 및 고등교육 분야는 물론이고, 울산현대축구단의 헝가리선수 마틴 아담의 성공사례를 들어, 헝가리가 종주국인 테크볼 등 스포츠분야 협력 활성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렇다. 울산과 헝가리는 이렇게 맺어질 운명이었나 보다. “운명은 말을 타고도 돌아갈 수 없다(Fate is irreversible, even on horseback)”는 어느 외국속담처럼.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포르투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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