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나라 영왕은 춘추시대 최악의 폭군으로 평가받는다. 영왕은 몸매가 가늘고 허리가 얇은 사람을 좋아하고 몸이 뚱뚱하고 허리가 굵은 사람을 혐오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초나라 관리들은 출근하기 전에 거울 앞에서 허리띠를 꼭 매고 자신의 몸매를 확인한 다음에 출근했다. 관리들은 마르고 가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한 끼씩 밖에 먹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초나라 관리들의 몸매는 갈수록 가늘어졌다. 이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몸매와 허리에 대한 요구는 후궁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국왕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의 여성들이 다이어트 대열에 동참했고 궁녀들은 필사적으로 살을 빼야 했다. 당시 초나라 수도 영도에는 “왕은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한다네. 궁중에 수많은 사람이 살을 빼다가 굶어 죽는다네”라는 소문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사람들은 초나라의 궁전이었던 장화궁을 “가는 허리 궁(細腰宮)”이라고 불렀다.
한비자는 “군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싫어하는 것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신하들이 본바탕을 드러낸다. 신하들이 본바탕을 드러내면 군주의 눈과 귀는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군주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신하들이 저마다 군주의 기호에 맞추려 속내를 숨기기 때문이다. 군주는 밝은 눈과 예민한 귀를 지니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간신들의 간사함을 막기 어렵다. 군주가 모르는 사이에 군주의 주위에는 군주를 칭송하는 소리로 가득 차고.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신하가 한 명도 없게 된다.
나라가 어지럽게 되는 이유는 군주가 신하들을 경계하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하들은 오직 군주의 마음에 들기 위해 처신하게 되는 것이다. 군주가 싫어하는 기색만 보여도 신하들은 무조건 감추게 되고, 군주가 어떤 것을 좋아하면 신하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르는 척을 한다. 현명한 군주라면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신하들이 아부의 마음을 갖지 않게 한다. 오늘날 세상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와 같은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부에 약한 게 사람이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