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울산 대규모 정전사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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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울산 대규모 정전사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 이형중
  • 승인 2023.12.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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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중 사회부장

울산 도심이 한순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옥동·무거동·신정동·범서읍 구영리·굴화 등 지역 15만5000여 가구에 갑작스럽게 전기가 끊기자 시민들은 이유도 모른채 불안에 떨어야했다.

남구 신복교차로 등 주요 도로는 신호등이 꺼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보행자들이 신호없이 횡단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병원·마트 업무 중단되고, 식당예약은 취소되는 등 그야말로 혼돈 그자체 였다. 재난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1시간 50분여간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난 지난 6일 울산 남구와 울주군 도심 중심가에서 발생한 실제상황이다. 관공서에는 “이게 무슨 일이냐” “언제 복구되느냐” 민원이 빗발쳤다.

이날 정전사고는 2017년 서울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20만 가구 정전 사고 이후 최대규모로 기록됐다.

이번 사고는 옥동변전소의 모선 개폐장치의 절연장치가 파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이는 모선의 개폐장치는 28년 동안 사용해 온 것이며, 사고 당시 ‘노후설비 교체’ 공사로 전기가 끊긴 상태였다.

문제는 울산에 27곳의 변전소가 있는데, 이중 1990년대 준공된 변전소가 무려 12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전이 난 옥동변전소 개폐장치는 1995년 준공된 노후 장치다. 제2, 제3의 대규모 정전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로터리에서 평면교차로로 전환한 신복교차로 일대 신호등에는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차로 변경에 따른 신호체계를 개편하면서 신호등이 교체됐고, 기존에 설치돼 있던 무정전 전원장치도 함께 철거된 것이다.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울산에 이어 지난 8일에는 대구 달서구 1000여 가구 아파트에서도 정전이 발생하는 등 유사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한전은 특단의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울산에 설치된 각 변전소의 노후 정도에 따라 점검·보수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 의하면 정전 및 전력부족 사태가 엄연한 사회재난으로 분류된다. 이에 울산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행동강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참에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정전사태가 ‘안전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에 오점으로 남을지 걱정이다. “정전도 재난이다”는 지자체와 경찰의 인식 강화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형중 사회부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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