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조선업계가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이던 2016년 전후로 조선소에서 일하던 한국인노동자들이 빠져 나간 빈자리를 외국인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는 5200여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덕분에 동구는 인구 증가세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동구 인구는 15만9000명이고, 외국인 주민은 6792명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월에는 2992명이었다. 이 추세라면 곧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3·4분기까지 1만4359명이 넘는 인원을 조선 3사에 투입했다. 충원 인력의 86%가 외국인노동자다. 호황기를 맞은 조선사들은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한국인 숙련공들의 지속적 충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내년에 건조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 현재보다 20% 정도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2027년까지 13만5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장 인력의 지속적인 충원을 위해 사내하청 구조를 없애고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지금도 공정의 80%는 사내하청과 물량팀에 의해 이뤄지는데 하청, 재하청, 외국인 노동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어 “조선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숙련노동자를 키워내야 하지만 이렇게 가면 생산성과 품질 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조선산업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외국인노동자를 우리나라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른바 ‘이민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여권내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장관은 정주권이 있고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장기취업비자(E-7-4)’ 확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외국인 인력문제를 유연하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이민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외청인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대권주자 오세훈 서울시장도 “저출산 정책 투자가 효과 없다는 판단이 되고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차선책으로 이민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 활용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양질의 노동력, 전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착시키면서 이민정책으로 나아가자는 ‘단계론’을 제안했다. 결국 조선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산업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민정책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이승진 인보관 마을복지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