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겸 도로에 ‘소방차 통행로’라고 노란 글씨가 가득 채워져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옆으로는 소방차 통행로 표시 위로 무질서하게 튀어나온 가판대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 매대가 아슬아슬하게 소방차 통행로 선에 맞춰 늘어서 있었다. 또 소방차 통행로 표시가 끝난 지점부터는 더욱 무질서하게 통로 밖 장사가 성행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시장 이용객들은 반가워하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김모(61·신정동)씨는 “매대가 양 옆으로 복잡하게 서있어서 큰 트럭같은 것도 길가에 대고 물건을 들여오던데 소방차는 더욱 어려울 거 같다”고 걱정했다.
한 상인은 “누구는 선에 맞춰서 장사를 해야하고 누구는 선이 그어져있지 않아서 길에 펼쳐놓고 장사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시장 안으로 들어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방차 한대 폭은 대략 2.3m. 소방차가 여유롭게 진입하려면 3m의 도로 폭이 확보돼야 한다. 신정시장은 2~2.2m 가량 되는 곳이 많아 사실상 소방차가 진입하기 곤란한 실정이다.
이 소방차 통행로는 지난 11월3일께 남구·소방 등 관계기관이 시범적으로 신정시장 내 3곳에 조성했다.
하지만 소방차 통행로 관련 별도 기준·규정이 없어 가판대가 통행로를 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과태료 부과 등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도로상 소방 자동차가 접근 가능한 통행로는 단독주택, 문화·집회시설, 그외 건축물 등에 한정해 유효 너비가 각각 다르게 규정돼 있다.
최근 신정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시장 17선에 꼽히는 등 방문객이 늘어난 가운데 통로 확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설 현대화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화재감지기 설치 외에도 통행로를 개선해 통로 넓히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구는 “가판대로 통로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계도차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다른 시장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 있다”며 “상점마다 소화기를 확보하는 등 화재를 예방하는 한편 상인회와 통행로 확보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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