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 중 전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뒤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유가·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11월 중 소비자물가가 상당폭 둔화(10월 3.8%→11월 3.3%)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상승 둔화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여러 상승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가 재상승과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인상,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이 꼽힌다. 비(非)OPEC(석유수출국기구)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추가 감산과 지정학적 정세 불안 등으로 유가가 다시 오르거나, 기상 악화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심성 사업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도 내년 물가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조만간 총선이 격화되면 너도나도 포퓰리즘 경쟁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여야는 겉으로는 “민생과 예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로는 각종 법안을 만들어 예산 뿌리기 경쟁을 할 것이 확실하다.
다행히 올해 소비자물가는 10월을 고점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올랐는데, 일단은 상승 흐름이 멈추고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로 떨어졌다가 8월(3.4%)과 9월(3.9%), 10월(3.8%) 3개월째 3%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칫하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대중교통 요금과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그동안 억눌려온 공공요금은 물가 안정에 복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 3.0%, 2.3%. 2.1%로 제시했지만, 실제 살얼음판을 위를 걷는 상황이다.
서민들은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주부들은 물건을 고르기도 전에 한숨이 먼저 나온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소비자물가 수치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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