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전하는 ‘울산 마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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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전하는 ‘울산 마두희’
  • 경상일보
  • 승인 2023.12.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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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진 울산 중구의회 의원

‘마두희’(馬頭戱)는 큰줄당기기다. 울산 땅에 살던 옛 사람의 놀이였다. 이 동네 저 동네 이웃들이 양편으로 나뉘어서 몸통만한 줄을 잡아당겨 서로의 힘을 겨루었다. 그 속에서 마을의 대동과 화평을 기원했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마두희는 최소 300년 이상 해마다 행해졌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명맥이 끊겼고 70년을 훌쩍 건너뛰어 최근에서야 다시 선보였다. 지역축제 부대행사로 간간이 실행되다 2012년 울산마두희축제로 거듭났다. 시내 한복판에서 예전처럼 한바탕 놀이가 재현된 것이다.

마두희축제는 10여 년을 그렇게 이어왔고 지난해부터는 내용과 범위를 한층 넓혀 태화강마두희축제라는 이름으로 좀 더 진화했다. 내년에도 단오를 전후하여 3일 간 열린다.

사람들은 마두희를 일정 시기에 반짝하고 열리는 일회성 연례행사로 생각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

줄당기기 큰 줄을 만들려면 방대한 양의 볏짚이 필요하다. 요즘은 볏짚이 아주 귀하다. 해마다 가격도 오른다. 가을철 추수기까지 기다렸다간 낭패를 본다. 벼농사는 줄고, 수요처는 많아 웃돈을 얹어줘도 구하기 어렵다. 그러니 봄철 모내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논뙈기로 찜해 놓는다.

까다로운 조건이 하나 더 있다. 탈곡하고 남은 나락 줄기는 최대한 길어야 한다. 그런데 최신형 콤바인을 사용하는 농가에선 원하는 만큼의 길이를 못맞춘다. 손으로 추수하면 가장 좋고, 굳이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면 구형 콤바인을 사용해야 그나마 적당하다. 120m 마두희 큰줄을 만들려면 이토록 귀하신 몸 볏짚이 5톤 트럭 2대분이 들어간다.

지난주 울산마두희가 울산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울산 중구는 울산고유 마두희의 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으려 무던히 애써왔다. 10여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고 울산시(문화재위원회)를 대상으로 현장검증, 토론회, 설명회를 펼쳤다. 심사대 문턱에선 3번의 도전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값진 결과를 얻었다.

마두희의 시 무형문화재 지정은 어쩌면 울산 중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더 환영할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류무형문화유산) 중에는 영산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 삼척기줄다리기, 감내게줄당기기, 의령큰줄댕기기, 남해선구줄끗기까지 6개의 우리나라 줄다리기가 이미 올라있다. 이들과 나란히 등재되는 방안을 부단히 고심한다면 마두희 역시 어느 순간 세계유산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줄다리기 유산들이 2025년 공동 등재를 목표로 고군분투 중이다. 마두희 역시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너무 조용하다. 무형문화재 지정을 진두지휘해 온 울산 중구는 “전승가치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앞으로의 큰 그림은 없는 것 같다. 무형문화재를 만드는데 실질적 역할을 한 중구문화원, 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 마두희보존회도 덤덤하다.

큰 산을 넘은 것과 다름없는 숙원을 이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이렇다 할 성명이나 자축 한마디 없이 몇날며칠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예산과 공을 들여 마두희를 이어왔나 말이다.

무형문화재 지정은 마두희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 반드시 지켜야 할 문화적 자산임을 인정받는 순간이다. 그 동안 마두희에 투입된 공무원 인력은 수백 명이 넘는다. 무대를 달구던 출연진, 부스를 차렸던 참가자, 새끼줄을 꼬아주던 봉사자, 큰 줄잡고 어영차 구령하던 구민들, 상인회와 주민회, 소문 듣고 찾아 온 방문객은 수천수만 명이다.

마두희의 전환점을 지켜보는 모두에게 그 동안의 노고와 성과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격려와 치하가 따라주면 좋겠다. 우리가 우리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그래야 큰 산 너머 더 큰 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오를 수 있다.

홍영진 울산 중구의회 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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