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칼럼]‘갑진년’ 울산시대 다시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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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칼럼]‘갑진년’ 울산시대 다시 열자
  • 김창식
  • 승인 2023.12.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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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논설실장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계묘년 한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 민심을 내팽개친 정치판은 당리당략에만 골몰해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식 논리는 갈등과 대립을 대표하는 일그러진 사회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여기에 묻지마 폭행, 청년 분양·전세사기, 무참히 짓밟힌 교권 사태까지 도덕적 잣대를 넘어서는 우울한 사고는 국민의 혈압을 끌어올렸다.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올해 우리나라 현실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논어> 헌문편에는 나오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를 요즘 세태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만을 생각해 싸움터로 변질된 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단면을 표현하는 씁쓸한 말이다.

갑진년 ‘청룡의 해’인 2024년은 울산 공업도시 출범 64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울산이 2012년 1월 공업탑에 울산의 저력과 미래 비전을 담은 ‘울산도약 제2선언문비’를 세운지 13주년이 되는 해다. 울산은 제2선언문에 ‘새로운 백년, 영광을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울산이 국부의 원천임을 자부하며, 울산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 통일 조국의 새로운 100년 영광을 위해 다시 한번 힘찬 도약을 다짐한다’고 천명했다. 이어 말미에는 ‘115만 울산광역시민의 이름으로 천명하며 우리의 지표로 삼는다’고 적시했다.

제2 울산선언문 이후 울산의 입지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울산 경제는 선언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타면서 ‘잃어버린 시간’의 함정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1000억달러를 달성한 수출액은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산업의 성장력이 약화하면서 부진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울산의 경제성장률(13.1%)은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울산의 지역총생산(GRDP) 비중은 2012년 전국의 5.5%(6위)에서 2021년 3.7%로 추락했다가 지난해 4.0%(9위)로 살짝 반등했다.

올해 울산 수출액도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는 울산 수출이 지난해 보다 4% 가량 줄어든 860억달러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와 선박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수출액 규모가 가장 큰 석유화학·정유 수출이 부진한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 울산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술적 분석상으론 울산 수출액이 전고점인 1000억달러를 재돌파해야만 제2선언문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데, 아직 가야할 길이 매우 멀다.

울산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도 어두컴컴하다. 주력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대전환기 사방의 적들에게 포위당한 ‘사면초가’인 처지고,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기대난망’인 상황이다. 광역시 입지를 위협하는 인구 순유출률은 전국 최고 자리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계속 고공행진 중이고, 여성의 고용률은 줄 곧 전국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특단의 상황이 아니면 올해 광역시 인구 110만명 사수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고 했다. 울산시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무던히 애 쓴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후장대형 제조업 일색인 지역 산업군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것은 큰 성과다. 15조원을 웃도는 이차전지 비롯해 수소,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 투자유치 효과는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은 새로운 도약이나 저성장의 늪에 갇히느냐는 기로에 처해있다. 따라서 울산 구성원 모두가 절차탁마(切磋琢磨·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의 정신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제2의 번영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024년 울산 경제가 ‘운외창천’(雲外蒼天·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해 겨레의 아침을 다시 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창식 논설실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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