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인 지난 25일 새벽 30명이 넘는 안타까운 사상자를 낳은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피해가 커진 데에는 방화문을 제대로 닫아두지 않는 소방안전 실태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해 100여건의 공동주택 화재가 발생하는 울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방화문이 개방돼 있거나 대피로에 적치물이 쌓여있는 등 행정기관과 소방당국의 전체적인 현황 파악과 단속 등이 시급하다.
26일 찾은 울산 남구 무거동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는 총 11개동 836가구 규모로 지난 1996년 준공됐다. 이 아파트의 3개 동 모든 층에서 방화문이 개방된 상태였다. 한 가구는 자전거로 방화문을 막아놓았고, 박스나 책 등이 계단 일부를 막고 있는 가구도 보였다.
아파트 관계자는 “재활용품이나 자전거 등을 무단 적치하거나 방치하지 말 것을 엘리베이터나 안내판 등에 매년 공고문을 게시해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비롯해 상당수의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이처럼 방화문이 열려 있거나 대피로 등에 적치물이 쌓여있는 게 만연한 실정이다. 한 주민은 “방화문은 닫아두면 불편하다는 생각에 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산에서도 이러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울산에서 아파트, 기숙사,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2023년 105건 △2022년 102건 △2021년 100건 등 연간 100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7명이 나왔다. 대부분 사망원인은 유독가스 흡입으로 알려졌다. 화재 시 연기와 유독가스를 막아줄 방화문 등 피난 시설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소방시설법상 사람이 지나다니는 비상계단이나 복도 등의 공용 부분에 통행을 방해하는 적치물을 방치할 경우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적치물이 상시 보관이 아닌 일시 보관품이거나 즉시 이동 가능한 일상 생활용품인 경우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세부 지침이 까다로워 무작정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실질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소방본부는 비상구 폐쇄, 적치물 등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포상제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현장 지도에 그치고 있다. 신고포상제 신고 건수는 지난해 0건에서 올해 27건으로 크게 늘었다.
시소방본부 관계자는 “방화문 개방 및 대피로 적치물 단속은 인력 등의 한계로 현재로서는 신고들어오는 것만 한해 실시하고 있다”며 “신고 증가 원인, 피해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