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음과 질병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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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마음과 질병과의 관계
  • 경상일보
  • 승인 2024.01.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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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세계 잼버리대회는 졸속으로 진행되었고, 급기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전국민적인 협력으로 그런대로 마감되긴 했지만, 국민 다수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누군가를 향해서 분노를 삭이느라 애써야 했다.

K-드라마 ‘DP’ 속 ‘안준호’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가해졌던 아버지의 폭력에 진한 분노를 가지고 있으며, 시시때때로 뇌리를 스쳐 고통을 받는다.

이처럼 삭이지 못한 분노나 억울한 감정이 가슴 속에 응어리졌을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고통을 받게 되는데, 특히 암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중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렵고 복잡한 것을 지적하자면 아마도 분노일 것이다. 특히 성격이 급하거나 투쟁적인 사람은 이런 분노를 다스리는 데에 큰 어려움을 느끼게 되어서, 결국 거친 말투나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으며,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화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나 미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묻지마 범죄’도 이런 원인으로 초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분노나 적개심을 가지게 되어 폭행을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좋다’라는 말은 ‘조화롭다’라는 말과 어원이 같고, ‘나쁘다’라는 말은 ‘나뿐이다’라는 말에 어원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조화를 잘 이루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며, 독선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서 나뿐인 사람이 결국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듭을 잘 지어야 하는데, 분노를 가슴 속에 삭여둘 것이 아니라 매듭을 지어서 정리해야 그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화병클리닉에는 종합검사 결과 특별한 신체적 이상 없이 가슴의 통증이나 호흡의 어려움, 또는 두통 등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여성들이 많은데, 남편이 바람을 피웠던지 아이들의 문제가 원인이 많은데, 남편도 잘 하고 아이들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심층분석을 해보면 어렸을 때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매듭짓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서 잊어버렸지만, 잠재의식 속에 해결되지 못한 분노가 남아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치료도 분노의 대상이던 부모님을 용서하는 것만으로 힘들었던 모든 증상이 봄철에 눈 녹듯 모두 사라진다.

암 환자의 특징 중 하나가 성격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매사에 꼼꼼하든지, 성급하고 짜증을 잘 내며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하는 성격이 많다.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여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일은 오늘로 마감 짓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도 될 것을, 잠자리에 들면서부터 내일 아침이 되기까지 계속적으로 내일 일을 걱정하기 일쑤이다 보니, 새날이 되어서 일이 더 꼬일 확률만 높아질 따름이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이길 도리가 없다.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시스템이 있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 뇌의 시상하부이다.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킴으로써 전신의 기관이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비상 가동되도록 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신체 반응은 인체가 험난한 자연환경에 대해 오랜 세월을 적응해 오면서 발달시킨 것으로 응급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일종의 방어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장기간에 걸쳐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엔진을 장기간 계속해서 사용한 자동차처럼 인체도 곧 과부하가 걸리고 고장 신호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하나둘씩 스트레스성 증상이 출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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