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새해 행복한 말하기
상태바
[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새해 행복한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01.12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갑진년 용의 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고 있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와 건강을 기원하는 바람이 줄을 잇는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누가 나에게 복을 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불가에서는 복을 많이 받으라는 말보다 복을 많이 지으라는 작복(作福)이란 말을 자주 쓴다. 자기 복은 자기가 지은 만큼 받는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 교리인 연기이고 인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을 짓기 위해서는 선업을 지어야 한다고 한다. 자업자득이란 말과 같다.

업(業)에는 신구의(身口意) 삼업이 있다. 몸으로 짓는 업이 신업이고, 말로 짓는 업은 구업이며, 마음으로 짓는 업이 의업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구업의 중요함은 예불할 때 주로 독송하는 천수경에 잘 나타나 있다. 예불을 시작하기 전 경전 앞 부분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란 것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나쁜 업장들을 진언으로 깨끗하게 씻은 뒤 예불을 시작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새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구업을 많이 짓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어떻게 말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나름 생각해 본다.

올해는 ‘나 전달법’으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전달법은 상대의 행동에 대해 말하는 사람(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컴퓨터 게임 하지 마라”보다 “너가 컴퓨터 게임에 빠지니 이 엄마는 너무 걱정이고 마음이 아프단다”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시키는 말도 상대의 선택에 맡기는, 상대를 존중하는 물음 화법으로 말해야 겠다. 예컨대, 상대에게 뭘 요청할 때 “이것 들어라”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이것 좀 들어 줄래?”라고 상대를 배려하는 말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올해는 사소한 일에 간섭하는 말을 줄이고 그냥 멀찍이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이래저래라고 하는 자잘한 꾸짖음이나 질책, 잔소리가 상대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들어 가면서 알게 됐고, 반대로 칭찬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세월이 지나니 절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간섭은 적게 하고 칭찬을 더 많이 하도록 해야겠다.

또 올해는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만 옳다고 하면서 상대에게 함부로 화를 내거나 우격다짐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틀림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말하기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상대가 나에게 맞추어 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상대에게 맞추어 주는 말하기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이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한다.

이 모든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마는 말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살자는 뜻이다. 올해는 모두가 말로써 다투지 않고 말로써 마음 상하는 일 없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