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농촌악취 주범, 축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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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농촌악취 주범, 축분의 재발견
  • 경상일보
  • 승인 2024.01.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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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도시인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가장 큰 민원은 층간 소음이다. 밀집한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무심코 뛰거나 의자 끄는 소리가 나도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하기 십상이고, 여러 번 반복이 되면 이웃간의 갈등이 생긴다. 그럼 농가주택이 띄엄띄엄 있는 농촌에서는 어떤 민원이 골칫거리일까? 바로 축사의 냄새다.

필자는 농촌인 울주군 삼남읍에서 나고 성장했다. 옛 농가에서 소는 집집이 한 마리가 대부분이었고, 거의 식구처럼 생각해서 그런지 축분 냄새가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키우는 소가 사라지고, 축산업이 규모를 키우면서 축분 냄새가 농촌의 심각한 공해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외지에서 들어와 대규모 축사를 설치해 기업적 축산업을 하는 경우 기존 주민들과 많은 갈등을 촉발하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가축분뇨 발생량은 5073만2000t이며 올해는 5134만5000t, 2026년에는 5292만2000t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축분은 예전에도 농가에서 거름으로 사용했는데, 최근 늘어나는 축분을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축분을 비료로 만드는 기본적인 것부터 바이오차, 바이오가스, 고체연료 등으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독일의 작은 마을 슐뢰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쇠똥으로 에너지자립을 이룬 후 전력판매까지 하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목초와 옥수수, 소의 분뇨를 1:1로 섞어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를 사용해 열과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 전력은 마을 소비량의 700%에 달하고, 열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풍족하게 활용할 뿐만 아니라 연간 200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까지 내고 있다고 한다.

독일 연방식품농업부가 선정한 바이오에너지 자립마을은 118곳이나 되고, 에너지자립 전환 중인 마을도 53곳에 달한다. 축분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마을은 독일에 9000개, 덴마크에 190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축분을 활용해 바이오가스 공동자원화시설을 운영 중인 마을이 전북 정읍, 충남 청양, 충남 아산 등 8곳이 있다.

동서발전은 이미 여러차례 축분 에너지화를 시도했지만 악취 문제 때문에 답보상태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연말 축산환경관리원, LS엠트론(주), (주)성우와 ‘농축산분야 신재생 융복합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로 생산하는 공장 건설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축분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메탄발효조 등을 통과할 때 밀폐와 음압설비로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또한 발전단계에서도 유럽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냄새제거시스템을 통해 연료로 공급되는 가축분뇨의 악취를 포집·밀폐하고, 나노필터와 촉매제를 사용해 중화시킨 후 높은 굴뚝으로 배출하면 냄새를 상당 부분 없앨 수 있다. 외부에서 발전소 가까이에 와도 어떤 원료를 쓰는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이 올해에는 성공적인 덴마크,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해 축분 에너지화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려고 한다.

축산 분뇨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하수슬러지, 산불피해목 등의 쓰레기들도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바이오매스는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에너지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도랑치고 가재잡는 식으로 가치창출 효과가 크다. 동서발전은 동해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당진 석탄발전소에서 이러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다.

나아가 동서발전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수소를 만들어 발전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엔지니어링(주)와 ‘재활용 플라스틱 자원화 수소생산 및 수소 활용 연계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폐플라스틱 선별장에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남은 잔재물들을 원료로 용융 및 가스화 공정을 통해 연간 2만4000t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된 수소는 연료전지 발전이나 LNG 혼소용 연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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