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이날치의 음악 ‘범 내려온다’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독창적인 안무를 활용해 관광홍보영상을 찍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때 필자는 관광공사가 찍어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직접 섭외하고 CM송을 창작해 옹기마을과 간월재, 간절곶 등을 배경으로 울주홍보영상을 제작했었다. 그리고 국내외 홍보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의 온라인 채널에 해당 영상을 게시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관광공사는 본인들이 직접 찍지 않은 영상은 제작방식과 퀄리티 면에서 차이가 있어 홍보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축제건으로 대면하게 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에게 필자는 다음의 말을 전하고 사과를 받았다. “중앙의 잣대로 지역을 선정하고, 중앙의 시각으로 만든 홍보 콘텐츠만 한국관광공사가 홍보해준다면, 중앙에 의해 선택받지 못한 지역들은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려질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하는게 아니냐”고 말이다.
새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목표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자유로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공정한 문화접근기회를 보장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 매력을 발굴 확산하겠다는 기조를 세웠다.
지난해 필자는 12개 읍·면 지역의 생활문화동호인, 문화활동가, 주민 등과 여러 차례 소통회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2023 울주생활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세부사업을 새롭게 추진했다. 주민이 스스로 만들고 함께 즐기는, 울주동네축제와 생활문화동호인들이 울주 전역에서 자유롭게 펼치는, 그러한 울주동네버스킹·전시를 새롭게 기획했다. 민간문화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이음일번지와 생활문화사업에 참여하는 동네문화반장, 공간운영자, 문화활동가 등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전문인력양성사업과 △반구대를 만나는 N가지 방법도 연계했다. 무엇보다 울주만의 공간적, 문화적 매력을 바탕으로 동네 주민들이 주인공이자 관객이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만의 동네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에는 ‘전국생활문화진흥정책우수사례’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중앙의 기준이 아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재능과 노력으로 사업에 참여한 300여명의 주민들과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함께 이룬 성과라 더욱 소중했다.
올해는 울주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담은 문화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청년문화프로젝트:청년문화잇소’를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잇소’는 ‘두 끝을 맞대어 붙이다’라는 뜻으로 흩어져 있던 울주청년들이 문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담았다. 지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과 풍경, 사람들 속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로 소소한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2024년에도 우리 모두의 일상이 문화로 행복해지길 기대하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밌게 생활문화사업을 펼쳐볼 예정이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