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 테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낙서 피의자 3명에게 총 1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액이 청구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담장 낙서를 지우는 데 재료비 2153만원과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 160여 명을 비롯해 230여 명이 투입된 인건비를 포함해 총 1억 원이 넘게 들었다“며 ”이 모든 비용을 낙서범들에게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지면 낙서 행위에 대한 비용 청구 절차를 마련한 202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가 된다고 한다.
울산도 문화재 낙서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2011년에는 세계적인 암각화 유물이자 국보인 울주 천전리 각석에 이름을 새긴 혐의로 고등학생이 붙잡혔다. 해당 고등학생은 “친구를 놀리려 장난삼아 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증거를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됐다. 또한 2017년에는 언양읍성 성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40대 남성이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최근 동구 대왕암공원 기암괴석 가운데 푸른색 스프레이로 ‘바다남’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이 발견됐다. 문화재 등의 낙서에 대책은 없는 것일까?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문화재 낙서엔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문화재보호법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서 문화유산에 손상을 주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한다. 이를 어기면 문화재청장 또는 지자체장이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즉 문화재보호법 92조는 국가지정문화재 (국가무형문화재 제외)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문화재보호법 99조는 지정 문화유산과 그 구역의 상태를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비단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명승지나 관광명소의 시설물에 낙서 등의 훼손한 자에게는 엄정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것이다.
뜨거운 부뚜막에 앉았다가 크게 데어 본 경험이 있는 고양이는 두 번 다시 그 부뚜막에 올라가지 않고, 이후로도 차가운 부뚜막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문화재 낙서범들을 일벌백계 함으로써 재발을 막고 모방 범죄도 막아야 할 것이다.
둘째,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 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응용해서 사회 정책에 반영한 사례로는 1980년대 미국 뉴욕시에서 있었던 일이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여행객들에게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하철의 치안 상태가 형편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깨진 유리창의 이론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하철 내의 낙서를 모두 지우고 깨끗하게 함으로써 실제로 지하철에서의 사건 사고가 급감하였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주차된 차량 중에 창문이 열려있는 차량이 도둑의 표적이 되고, 거리의 상가들 중에 창문이 깨져 있거나 어두운 곳이 도둑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문화재 주변에 깨진 유리창이 없는지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즉 사소한 것에서부터 꼼꼼하게 체크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역사 및 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및 안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 낙서범의 대부분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학교에서의 역사 및 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문화재 관람 입구에 문화재 낙서 등의 훼손 등에 대한 처벌 내용을 담은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문화재 안내서 및 리플렛 등에도 낙서 등의 훼손 등에 대한 처벌 내용을 필수 표기하도록 권고해 본다.
문화재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고, 정신적 뿌리이며, 훼손 없이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유산이다. 그리고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낙서와 같은 더 이상의 훼손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