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조인트벤처의 다이나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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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조인트벤처의 다이나믹스
  • 경상일보
  • 승인 2024.02.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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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미국변호사

서로 다른 기술 기반을 가진 두 기업이 기존에 없던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함께 일한다고 하자. 기업 일방은 구상하는 거래에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일부터, 거래의 구조와 주체, 유·무형의 자원을 조달하는 방식, 시험 생산과 상업 생산 일정, 그리고 거래를 성공적으로 종료하고 빠져나오는 출구전략(exit)까지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정도의 파괴력을 갖춘 신기술은 하나의 기업에 의해 독자적으로 개발되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기술과 지식, 경험 그리고 자원을 공유하여 개발될 때 실패의 리스크가 최소화되고 시너지가 극대화되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신기술로 제조된 상품의 수요처를 넓히는 장점도 아울러 누릴 수 있다.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는 미국법상 2인 이상의 당사자가 법인 또는 프로젝트를 공동 운영하여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도모하는 결합체를 말한다. 당사자 기업들이 거래구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제3의 회사 법인이 설립되어 투자자 주주로서 참여할 수도 있고, 파트너쉽의 업무집행 또는 유한책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으며, 단순히 도급인과 수급인 또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될 수도 있다.

최적 거래구조의 수립은 해당 조인트벤처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인데, 무엇이 최적인가는 각 참여 기업이 인식하는 상이한 리스크, 양보 불가한 핵심 이익, 그리고 거래 환경을 규율하는 각국의 규제·혜택 등 모든 협상 쟁점들의 교집합으로 표시된다. 최근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차전지 시장에서 SK온,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각 25.5%, 중국 GEM이 49% 지분비율로 이차전지 소재인 전구체 생산을 위해 국내에 설립한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주),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배터리팩 제조를 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동수 지분으로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한 얼티엄 셀즈(Ultium Cells LLC), 그리고 삼성SDI가 다국적기업 스텔란티스와 51대 49 지분비율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스타플러스 에너지(StarPlus Energy LLC) 모두 당사자 기업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반영한 최적 거래 구조들의 결과값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조인트벤처와 관련된 계약은 단번에 체결되기보다는 단계를 나누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각 단계마다 여러 계약의 협상과 체결을 다수의 당사자들을 상대로 일관성을 견지하면서 정해진 기간 내에 완결하는 일은 많은 전문 지식과 경험, 내·외부의 조력 그리고 인내심을 요하므로 성공을 위해서는 노련한 프로젝트 관리자가 필수적이다.

조인트벤처의 첫 단계에서 합의된 결과는 통상 주요계약조건(Term Sheet)의 형식으로 기재되는데, 사업의 개요와 역할 분담 등 주요 거래조건과 그 내용에 대한 법적 구속력 부여 여부가 정해진다. 실무상으로는 법적 구속력 없이 체결되는 사례가 더 많은데, 그 이유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체결되는 시기적 특성으로 인해 법적 구속력 유무와 무관하게 마땅히 준수되어야 할 높은 당위성이 부여되는 효과가 있고, 추후 단계에서 합의 내용을 본계약으로 구체화할 때 적정하게 변형할 수 있는 탄력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계약 조건에 법적 구속력이 부여된다는 중압감에 자칫 협상이 시작부터 첨예해지는 부담을 피함으로써 합의가 용이해지는 등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분쟁 예방 관점에서도 본계약 체결에 실패(deal break)하더라도 계약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피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리스크관리를 최적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에서는 공동개발계약, 라이센스계약, 공급 및 서비스계약 등이 체결된다. 각 계약별, 당사자별로 내재한 무수한 변수들과 경우의 수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조인트벤처를 성사시키는 일에서, 딜메이커(dealmaker)로서의 법률가는 보람과 다이나믹스를 누린다.

이준희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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