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의 新 우시산국(2)]잊혀가는 영남알프스 아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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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우의 新 우시산국(2)]잊혀가는 영남알프스 아픔의 역사
  • 경상일보
  • 승인 2024.0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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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문명 비평가 아놀드 조셉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은 역사속에서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시대가 달라져도 비슷한 상황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면밀히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남알프스는 8봉 등정 완주 메달을 받기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이다. 행정기관에선 관광수익 창출을 위해 20년이 넘도록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로 10여년째가 되는 울산울주 세계산악영화제에서도 영남알프스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하지만 어느때부터인가 영남알프스에 얽혀진 6·25 전쟁의 뼈아픈 역사는 한낱 이야기 거리로 다뤄질뿐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6·25 전쟁 전후 서부 경남 전선에서 패한 북한군과 여수, 순천 사건에 참여했던 병사들이 지리산으로 숨어들었고 이들 중 일부가 울산으로 이동해왔다.

▲ 석남사 인근에 위치한 신불산 공비 토벌 기념비.
▲ 석남사 인근에 위치한 신불산 공비 토벌 기념비.

‘빨치산’으로 불리는 공비들은 영남알프스 주봉인 신불산과 가지산 고헌산 대운산 등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민가를 습격하고 군초소를 공격했다. 국군과 경찰, 민간의용대는 1949년말부터 1954년초까지 공비 토벌 작전을 벌여 신불산 일원에서 활동하던 북한 남부군 제5지대장 김원팔 등 450여명을 소탕했다. 이 과정에서 우익 인사와 경찰관, 의용대, 군인 등 146명이 희생됐다.

간월재 휴게소 뒷편에 위치한 큰 바위 일대에서 아군과 공비들간에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는 사실을 참전 용사로부터 직접 들은 필자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동족 상잔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신불산 일대에는 6·25 격전지 였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안내문을 제대로 찾아볼수가 없다.

▲ 국군과 빨치산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간월재 휴게소 뒤편 큰 바위.
▲ 국군과 빨치산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간월재 휴게소 뒤편 큰 바위.

그나마 간월재 인근에 세워져 있던 공비 토벌 전적지에 관한 안내판마저도 목재 데크를 설치 하면서 슬그머니 없애 버렸다.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인근 주차장에 있는 신불산 공비 토벌 작전 기념비만이 호국 영령들의 혼을 달래주고 있다. 이러다보니 울산 시민뿐만 아니라 탐방객들이 영남알프스에 감춰진 비극의 역사를 전혀 모르거나 알수가 없다 . 과거의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는 척도라고 한다. 가슴 아픈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소중하게 담아내고 알리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기성 세대가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소명이자 책무인 것이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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