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관찰하고, 다르게 보고, 많이 찍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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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관찰하고, 다르게 보고, 많이 찍으세요
  • 경상일보
  • 승인 2024.02.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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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사진을 교육할 때 사진 구도 교육을 어떻게 하시나요?” 얼마 전 들은 질문이다. “아….” 하고 잠시 망설인 후에 대답을 이어갔다. 그 이유는 질문에 있는 오류 때문이었다. 사진에서는 ‘구도’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구도’는 사진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때 적용되는 회화적 짜임새를 말한다. 물론 완성된 사진을 보며 ‘수직적인 구도의 사진, 대각선 구도의 사진’이라는 감상평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촬영 단계에서의 ‘구도를 맞추다, 구도를 잡다’는 말은 ‘화면을 구성하다’로 정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회화는 텅 빈 캔버스를 채우기 위해 구도의 설정이 선행한다. 그러나 사진의 본질은 실재하는 장면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각선 방향으로 이어지는 파도의 장면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것을 수평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사진가는 화면 밖에서 직접 시선과 카메라의 위치를 옮겨야 한다. 따라서 사진에서는 구도라는 말 보다는 구성, 또는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말이 좀 더 적절하다.

간혹 스튜디오를 찾은 고객들이 저장된 디지털 사진 파일을 전달하며 “파일은 있는데 현상만 할 수도 있나요?”라고 물을 때가 있다. 이 말은 다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파일이 있으니 종이 사진으로 뽑아주는 것만도 가능하냐는 뜻이다.

여기에도 오류가 있다. 사진 촬영 후 종이 사진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공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현상’과 ‘인화’의 단계가 그것인데 고객이 요청한 것은 ‘인화’라고 하는 것이 맞다. 종이 인화지에 사진이 나타나도록 하는 과정이 인화이기 때문이다. 현상은 노출된 필름이나 인화지를 약품 처리해 잠상을 눈에 보이는 화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심지어 디지털 사진의 현상은 컴퓨터의 파일 변환 프로그램 내에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화는 현상이라는 말보다 ‘출력’ 또는 ‘프린트’(print)라는 말과 더 비슷하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진 용어의 사소한 오류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것을 굳이 설명한 이유는 실수를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진가의 입장에서 바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함이다. 예술을 즐기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단어 하나의 의미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각 장르가 가진 고유한 언어와 표현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깊이 있는 공감과 더 큰 감동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음은 분명하다.

앞서 받았던 질문에 대해 “구도에 대한 교육은 하지 않습니다. 사진적 시선을 체득하고 습관화된 자세를 갖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에 가까이 가고, 관찰하고, 다르게 보고, 마음껏, 많이 찍으라는 주문을 합니다. 그러면 누구나 작가가 돼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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