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 칼럼]‘테스형’의 고언(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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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 칼럼]‘테스형’의 고언(苦言)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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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신탁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확인하고 싶었다. 평소 그다지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의미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지혜롭다고 알려진 정치인, 시인, 장인(匠人)들을 찾아다녔다.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지혜로워 보이기만 할 뿐 사실은 지혜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전혀 모르는 다른 분야도 제일 잘 아는 척 자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른다고 얘기하는 자신이 적어도 이들보다는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소크라테스는 가장 명망이 높은 사람들이 가장 결함이 많고, 평범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분별력이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현자(賢者)’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국가적·지역적 문제해결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혜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라고 해도 겸손과 절제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적을 과대포장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은 과거 경력을 화려하게 내세운다. 이들 중에 과연 누가 현명하게 나라와 지역을 이끌 것인지 유권자들의 판단이 남아 있다.

소크라테스도 지적하였지만, 일반적으로 과장되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무지와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겉은 더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힘 있는 정치인이나 권력자를 내세우며 이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을 강조하는 후보도 있다.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거짓말도 크게 하면 통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수십조가 들어가는 실현불가능한 정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대고, 과거 자신이 했던 공식적인 말도 다반사로 뒤집는 경우도 흔하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지금 살아 있다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엄청난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른바 지혜롭다는 사람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물었다. 과연 그들이 그 사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확인하였다. 결국 그들은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고, 소크라테스를 겁내게 되었다.

우리 유권자들도 총선을 앞둔 지금 소크라테스가 될 필요가 있다. 무수히 난무하는 후보들을 소크라테스의 집요함과 철저함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실력과 인성은 물론이고 제시한 공약들이 적정한지 이를 추진할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그래서 후보들이 정말로 두려워할만한 깐깐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지혜롭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난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사실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입증하였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기득권층의 반감을 사게 되고 사형을 당한다. 현재의 유권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실과 소신을 지켜낸 소크라테스와 같을 필요도 없고 같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과 현재 국회의 행태를 보면 소크라테스와 같은 치열하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막대한 특권을 누리면서도 정쟁으로 점철하는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지금의 국회를 그대로 두고는 한 걸음도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없다.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오로지 정파의 이해만 추구하거나, 저급한 언어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수준 이하의 사람들을 골라내야 한다. 한마디로 지혜도 없으면서 아는 척 설쳐대는 사람들을 잘 걸러내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나훈아의 노래처럼 ‘테스형’을 모셔와 이들이 과연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을 부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고. 그 대신에 이번 선거에는 우리 모두, 사회의 미덕을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과연 현명한 사람이 누군지 꼼꼼하게 따져 본 ‘테스형’이 되었으면 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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