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연인이냐, 지구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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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연인이냐, 지구냐 그것이 문제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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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나누며 고백하는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았다. 2월 중순에 접어들며 겨울의 끝자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까지 마냥 마음을 설레게 흔든다. 연인을 너무도 사랑한 탓일까? 지난 11일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월드투어 도중 남자친구가 출전한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경기장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랑을 과시했다. 그런데 여느 연인의 사랑놀이로 보이는 이들에게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스위프트가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십t의 탄소를 배출했다는 추정치가 나오면서다.

월드투어를 돌고 있는 스위프트는 이날 슈퍼볼 경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마치자마자 자신의 전용기를 이용해 약 8900㎞를 이동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이후 다음 투어 공연지인 호주 멜버른까지 이동할 거리까지 합치면 총 2만2000㎞에 이르는 거리를 전용기로 이동한 셈이다. 대략 29시간 비행으로 3만3311ℓ의 연료를 소모한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약 90t에 이르는데, 이는 1년 평균 미국인 6명이 배출한 탄소량보다도 많은 양이다.

기상청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2023년 연 기후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 지구는 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되었다. 전 지구 평균기온은 14.98℃로 산업화 이래 가장 높았던 가운데, 우리나라도 연 평균기온 역시 평년(12.5±0.2)보다 1.2℃ 높은 13.7℃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23년 전 세계 곳곳에서는 고온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해였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엄청난 양의 석탄와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했다. 올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1958년 첫 관측 이래 네 번째로 큰 증가율인 423.6ppm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에는 기상재해가 빈번해지며 전세계가 극한의 기상재해로 재앙이 닥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탄소배출 총량이 6억5400만t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국민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4위로,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강국으로 낙인 찍힌 상황이다. 2050년에는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실현시켜야 한다. 과연, 이대로 가능할까? 이제 더이상 선언적 구호의 외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좀더 실질적인 방안과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하며, 그 중 항공교통의 탄소 배출 비중이 크다는 분석이다. 연인 사랑에 빠져 지구사랑을 놓아버린 스위프트의 사례를 통해 해외여행에 대한 인식제고 또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새로운 실천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사랑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구가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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