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초미세플라스틱이 인류의 재앙으로 남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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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초미세플라스틱이 인류의 재앙으로 남지 않으려면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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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올해 초 미국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이 생수 유명 상표 3종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정량분석 검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놀랍게도 1ℓ 생수병에서 평균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더욱이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90%가 나노(㎚)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 조각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독일 라인마인 응용과학연구진도 이와 유사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나노플라스틱의 대부분은 페트병 자체와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데 사용되는 역삼투 필터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분석 연구 논문은 지금까지 정량적으로 분석해내지 못한 나노 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자신 있게 정밀 분석해냈다는 것과, 페트병 생수에서 놀랄 만큼 많은 초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함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식수 중 미세플라스틱의 존재 여부는 2017년 이미 확인한 바 있고, 2018년 북서 대서양 물고기의 73%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으며, 같은 해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에서 사람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 플라스틱 면봉, 세제 등 몇 가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금지를 합의한 바 있었다.

인류는 생활 편의와 이익 창출을 위해 작년까지 총 83억t 이상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판매했다. 대부분 일회용이었으며, 80% 이상이 자연에 버려졌다. 이러다보니 지표면과 대기 중, 그리고 해양으로 흘러 들어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은 바다 속 가장 깊은 곳, 마리아나 해구로부터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까지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것은 섬유와 자동차 바퀴이다. 이것들로부터 생성된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떠다닌다는 분석 보고서가 국제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자료>에 실린 바 있다.

의료계에선 5㎜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이 먹이로 오인 섭취해 체내에 축적되어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온다. 지난 달 건국대학교 연구진은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나노플라스틱이 열매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적에 의하면 미세플라스틱은 몸 속 장기에 붙어 이물질로 존재하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사람의 혈액 중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또 다른 연구팀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지속적 섭취로 인한 뇌 독성 물질이 있다는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플라스틱 첨가제에 의한 내분비교란 현상에 대한 연구보고도 있으며, 미세플라스틱이 염증반응과 암세포 성장속도를 10배까지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동물 실험에서 생식기능의 상당한 저하를 관찰했으며, 특히 난자 세포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의학적인 나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과학계의 대답은 ‘아직 모른다’이다. 생수업체들은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과학적 합의는 없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쓸데없이 겁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계속 조사, 연구해 나가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학계가 공동으로 심도 있는 연구와 해결 방안을 찾길 바랄 뿐이다.

혹자는 미세플라스틱이 인류의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오늘 당장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하고 사용을 멈춘다 해도, 이미 지구를 뒤덮고 있는 83억t의 플라스틱이 세월이 지나가면서 조각조각 분리되어 미세플라스틱화 된다고 상상해보면 재앙일 수도 있겠다.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는 집집마다 김칫독 항아리, 유리컵, 유리병, 사기그릇 등이 있었다. 정든 쇠붙이 장난감, 그리고 자갈, 모래, 숯 등으로 손수 만든 정수기를 쓰던 시절이었는데도 불편함 없이 잘 지낸 기억이 있다. 하루 빨리 플라스틱시대를 마감시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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