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사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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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사는 우리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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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개암나무는 봄이 시작되는 3월에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라나는 나무이다. 길게 늘어진 고양이의 꼬리같은 수꽃이 주렁주렁 달리면, 수꽃이 맺힌 가지 아래쪽에 아지랑이처럼 붉게 암꽃이 피어난다. 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어지는 수백개의 수꽃은 많은 양의 수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의 힘을 빌려 암꽃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열매가 개암이다. 도토리와 비슷하면서도 맛은 밤과 비슷하다 하여 오래 전에는 ‘개밤’으로 불리다 ‘개암’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래동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나무라 토종적인 색깔이 강한 우리의 나무인가 하겠지만 나라마다 유래가 있는 나무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개암나무 가지였다고도 하며, 북유럽의 켈트 신화에서는 뇌신 토르의 나무로 생각되어 이 나무가 집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영국에서도 개암나무 쐐기를 3개 이상 사용해 집을 지으면 화재가 나지 않는다는 말도 전해진다.

서양에서는 개암을 헤이즐넛(‘Hazelnut’)이라고 부르는데, 개암열매를 오일로 만들어 원두와 섞으면 우리에게 익숙한 헤이즐넛 커피가 완성된다.

이렇듯 지천에서 만날 수 있는 개암나무의 꽃말은 ‘화해’ ‘평화’이다.

총선을 앞두고 시끄러운 요즘. 뜬금없이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하응, 안동김씨 일족에게 권력에 대한 야심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시정잡배와 장사치와 어울림을 가졌던 사람, 우리가 익히 아는 고종의 아버지.

이하응은 인조의 셋째 아들 인평대군의 후손으로 직계 왕통과는 거리가 멀다. 당연히 그의 둘째아들 이명복(후에 ‘고종’이 됨)은 왕이 될 수 없었으나, 왕실의 최고 어른 신정왕후(조대비라 불림)에게 이명복을 양자로 들이면서 이명복(고종)은 12살 어린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어린 아들을 대신한다는 이유로 섭정을 하며 흥선대원군은 권력의 중심에 선다.

1864년 대원군의 왕궁 출입을 위해 운현궁과 금위영 사이에 전용문을 신설했다가 1874년 11월 그 전용문은 폐쇄되었다. 10년간 문란했던 삼정을 개혁하고, 세도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등 내정개혁을 단행했으나 후세의 평가는 엇갈린다.

전용문이 폐쇄되었다는 것은 대원군이 권력에서 밀려났음을 의미하고 그러한 계기가 된 것은 서로의 생각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화와 쇄국, 흥선대원군은 신미양요를 겪으며 곳곳에 척화비를 세우고 쇄국정치를 단행했고, 고종은 그 즈음 국제정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고종은 친정(親政)을 선포하며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노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노력한다.

고종의 개화 정책에 반대하는 중심에는 늘 아버지가 있었고, 그렇게 둘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대원군은 청의 힘을 빌려 일본을 축출하려 하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명성왕후 시해사건의 누명까지 쓴채 운현궁에 위폐되며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후 1898년 2월20일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프랑스 선교사 뮈텔 주교의 일기 곳곳엔 이 시기 대원군이 고종을 애타게 만나려 했음이 기록되어 있다. 대원군은 아들 고종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했을까?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시험대에 오른 많은 정치인들.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정리해 볼까 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곳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여름벌레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시간의 제약을 받고 살기 때문이다. 마음이 굽은 선비에게는 도(道)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가지 가르침에 얽매어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다고 착각하지만 자기만의 프레임에 갇혀 살아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결국 내 프레임을 통해, 내 입맛대로 해석된 세상일 뿐이다. 2300년 전 장자는 우리 인간의 좁은 시야를 비판하며 더 높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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